인격적 감화 일세를 풍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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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간 스승으로, 성직자로, 애국자로 수많은 제자들에게 깊은 인격적 감화를 주어 길이 추모 받고있는 김교신 선생의 동지·문하생 2백여 명이 10일 하오 5시 YWCA강당에 모여 선생의 높았던 덕을 기리며 30주기 추념식을 가졌다.
선생의 전집 전6권 완성 기념회를 겸한 추모식장에는 일찍이 무교회주의자로 뜻을 같이 했던 동지 함석헌 옹을 비롯한 유달영 서울대 교수, 송욱 서울대 교수, 서장석 경기고교장, 구본술 중대 교수 등 선생의 경기·양정고교 제자들이 참석, 그의 인간상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불과 45세의 나이로 일생을 마친 김교신 선생의 생애는 한마디로 평범한 일개 고교교사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의 높은 인격적 감화는 가히 일세를 풍미했던 것.
양정에서 10년, 경기에서는 불과 6개월의 교편을 잡았지만 경기 제39·40·41회 졸업생들은 한사람도 지금까지 김교신 선생을 잊은 사람이 없을 정도.
선생이 남다른 은사로서 추앙 받는 것도 결코 단순한 인기에서나 우연에서가 아니다.
일찍이 성직자로서의 고매한 인품을 지니기도 했던 선생은 1927년 「성서 조선」지를 창간, 1백 58호까지 이끌면서 조국 구원을 위한 일제하의 항일투쟁을 계속했다. 한때 춘원 이광수가 신앙문제로 선생에게 가르침을 청했던 일은 유명한 일화다.
서장석 교장은 『선생님의 고매했던 교육적·종교적 인격은 불과 몇 달이었지만 전교생을 크게 감동시켰을 뿐 아니라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고개를 숙이게 하는 것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여튼 각박한 현실 속에서 제자들이 이같이 은사를 길이 추모, 선생의 생애 전집까지 출판했다는 것은 흐뭇한 얘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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