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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환경의 정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5월은 빛나는 태양과 싱그러운 신록, 그리고 부드러운 훈풍이 모든 사람의 흥취를 돋우게 하는 행락 「시즌」이다.
주말이나 연휴가 되면 직장과 일상생활의 번잡에서 해방되기를 원하는 도시민들이 어느 정도의 무리를 무릅쓰면서까지 산과 들과 명승 고적지로 몰리는 것은 오늘날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실지로 최근 보도를 보더라도 업계 전반의 불황과는 달리 거의 모든 외국인 상대 관광 「호텔」들이 미증유의 호경기를 누리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관광 업체들은 이런 「레저·붐」을 틈타, 개중에는 고객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계약 취소 등 횡포를 부려 물의가 분분하다고 한다.
고래로 농경 사회 속에 평화적인 생활을 누려 온 우리 민족에겐 유목민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란적 사육제 같은 축제는 없었으나 그 대신 명절과 봄·가을 등 몇 차례에 걸친 풍류놀이가 성행했던 게 사실이다. 이는 곧 우리의 전통 사회에서도 놀이와 행락을 즐기는 관습이 오랫동안 전승돼 내려온 배경인데 최근에 와서는 이런 놀이가 『소비는 미덕』이라는 사회 풍조와 더불어 더욱 떠들썩한 모습으로 변질된 것이라 하겠다.
이와 같은 소비성향 증대는 이른바 중산 계층 전반에 고루 퍼진 하나의 유행 병적인 「레저·붐」으로 이제 거의 모든 직장의 공통된 행사가 되다시피한 단체 놀이의 생태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하기야 단조로운 일상 업무의 수행 과정에서 몰아치는 「샐러리맨」들의 권태감, 불황 속에 힘겨운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될 대다수 근로인들의 「스트레스」 가중, 그리고 날로 심화해 가는 공해 속에 고달픈 매일의 생활을 영위해야만 하는 직장인들로서는 이 같은 하루의 행락으로써 이 모든 피로를 씻고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다면 오히려 생산적인 의의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래서 오늘날의 「레저·붐」은 날로 그 양상이 다양화·대중화·고급화되고 있는 것이 가릴 수 없는 실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발맞추어야 할 「레저」 산업이 실은 그다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먼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여행 운수 업체들이다. 관광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이들의 「레저」가 생산적인 의미들 갖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항공·철도·관광 「버스」 등의 운송 수단이 정비 충실돼야 하겠다는 것이다.
예약을 받고서도 멋대로 전세 「버스」 계약을 취소한다던가 행선지를 바꾸던가 하는 횡포는 단연 제재되어야 마땅하다.
둘째는 「호텔」·여관 등의 시설 개선 문제다. 유수한 「호텔」 가운데서도 손님이 밀어닥치면 약삭빠른 상혼을 발휘, 선약된 방이 없다고 배짱 내기가 일수고, 여관 등은 환경 위생 시설이 형편없는데다가 손님을 마구 받거나 숙박료를 올려 받아 혼잡과 불쾌감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셋째는 관광자원의 보호가 제대로 안돼 있다는 점이다. 관광 여행의 목적은 주로 자연 경관의 관상, 문화재의 감상 등이라 하겠는데 바로 그러한 관광 자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또 이용 시설도 미비하기에 관광여행의 즐거움을 그저 행락으로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넷째는 가정 밖에서의 식사를 제공해 주는 외식 업체들인데 여행객이나 소풍객이 가장 골탕을 먹고 불쾌감을 갖는 일은 이들 식당·매점에서의 바가지 요금이다. 그리고 이 모든 관광 관련 업자들에게서 공동적인 것은 불친절과 봉사 정신의 결여다.
이들에 대한 관계 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요구되며 아울러 모든 행락객들도 공중도덕을 지켜 모처럼의 여행과 소풍이 즐겁고도 생산적인 것이 되기 위해선 모든 사람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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