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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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사이 사람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못 궁금해한다. 그간의 우리 사회의 민주 논쟁은 차치하고라도 작금의 「인도차이나」 사태, 미국의 급선회하는 국제 외교, 김일성의 북경 방문 등 심상치 않은 사건들이 쉴 사이 없이 계속 일어나는 가운데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이런 세태가 생긴 것 같다.
신문이 대서특필하고 「텔레비전」이 그럴싸한 전황 사진을 보여주어도 그것만으로 사람들은 만족하지 않고 자기들 나름대로의 해석을 원하고 무엇인가 판단의 척도를 찾으려고 한다.
그 척도란 다름 아닌 정치와 세론인데 문제는 이 두 가지 관계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어서 판단에 착오가 생기게 하는데 있다.
정부는 세론을 때로는 묵살하고, 때로는 귀찮은 것으로 생각해서 될 수 있는 대로 자극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다 세론을 존중하지 않은 태도로 대중은 못마땅히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세론대로 움직이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 데도 문제는 있다. 민주주의는 세론을 존중하는 정치이기는 하나 세론의 동의 위에 선 정치와 세론에 마구 끌려가는 정치와는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세론이라고 하는 것은 한계를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단기적으로는 신속히 충분한 정보를 입수할 수 없는 것이고, 더우기 경계해야 할 것은 세론에는 감정이나 선입견에 의한 희망적인 것이 들어가서 형설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론 올바른 세론은 정치에 골몰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망각하기 쉬운 정의를 강조함으로써 정치에 중요한 가치를 더하게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세론이란 복잡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정치 가운데 제대로 받아들여야 할 기술이 필요하다. 세론대로만 움직이는 정치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세론을 존중하지 않는 정치와 마찬가지로 위험한 것이다. 정치가 세론에만 따라가면 시간이 걸리고 정부의 지도력이 발휘되기 어렵다.
국가에 있어서 정부는 국민의 위임에 의해 활동하고 요청하고 제안하는 권력이고 국회는 국민을 대표해서 동의하고 청원하고 찬성하고, 용인하고 거부하는 권력이다. 양자는 그 성격과 역할을 달리하나 서로 조화롭게 어울리는 가운데 정치가 올바르게 되고 세론이 건전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판단의 척도도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흔히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는데 오늘의 현실은 모든 것이 보다 「매스컴」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왕왕 「매스컴」이 상술한 조화를 위해 역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매스컴」이 지나치게 세론을 대변하려고 하면 세론은 신격화되기 쉽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세론의 힘을 과신하게 한다. 세론이 신격화되면 그 기능이 무엇인 줄을 사람들은 모르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매스컴」은 세론을 대표하는 것이 되어서는 아니 되고 그의 사실만을 정확히 보도하고 세상의 여러 의견을 전함으로써 세론 형성에 이바지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오늘날 「매스컴」은 막강한 조종의 힘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란 자기가 아는 범위 안에서 살면 되는데 오늘날에 있어서는 직접적으로 알 수 없는 세계까지도 무대로 하고 살아야 하는 시대에 와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다시 말해 환상 가운데 사는 새로운 위험을 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매스컴」은 여러 가지 「뉴스」를 만들고 가공하는 가운데 얼른 보아서 그럴싸한 인상을 주나 그 보도하는 것을 가지고 우리가 사는 세계상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그 「이미지」에 의해 우리의 행동 기준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매스컴」은 이런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위정자는 세론을 경치에 조화 있게 받아들여야 하고 「매스컴」은 그 힘을 과신 말고 세론을 인도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야 정치와 세론이 그 기능을 건전하게 발휘해 나갈 것이다. 【신태환 (전 서울대학교 총장 아세아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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