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세 1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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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내국 세수 예산은 8천5백13억원이나 4월까지의 회수 실적으로 비추어 보아 어쩌면 연간 1조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4월까지의 내국 세수 실적은 3천1백18억원에 이르러 연간 목표의 36.6%나 달성했다. 그러므로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내국 세수는 적어도 9천7백13억원은 될 것이며 앞으로 추진될 법인 조사에서 생길 세수 증가까지 고려하면 1조원의 달성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내국세 수입 실적이 예산 수준 보다 월등히 많은 것이 과연 반가운 일이냐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검토해야 하겠으나 무엇보다도 4월까지의 실적만을 가지고 세 수입의 초과 달성을 예상하거나 계획해서는 아니 되겠다.
우선 내국세 수입이 4월까지 호조를 보인 이유가 연말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국세청은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작년의 도매 물가 상승률이 44.6%라고 하지만 그 대부분은 하반기, 특히 12·7조치 이후에 나타난 상승이다.
그러므로 4월까지의 세수 호조는 물가 상승에 따른 명목적인 자연 증수인 것이지 실질적인 증수를 뜻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또 올해 들어서도 12·7조치의 물가 반사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세수 증가에 반영되는 효과도 적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4월까지의 세수 호조가 물가 상승에 기인되는 바가 절대적임을 부인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세수 전망은 물가 전망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연초 이후 4월까지의 물가 상승률이 연말까지 지속해서는 아니 될 뿐만 아니라 연간 물가 상승률을 20%로 잡은 물가정책을 고수하려 한다면 앞으로 물가는 사실상 안정되다시피 해야 할 것이다.
만일 4월 이후의 물가 상승률이 7∼8%수준에서 억제되어야 한다면 재정과 금융은 계속 긴축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그 여파로 생산과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금 사정도 더욱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에 세원의 증가 자체가 억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1·4분기 중의 재정 적자 확대를 메우기 위해서 4월 이후의 세수 압력이 가중되어야 할 필요성은 크다 하더라도 무리한 초과 징수를 계획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세수 증가의 큰 원인이 비록 물가 상승의 반사작용이라 하더라도 하반기의 경기 전망이나 업계 자금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서 세정이 운영되어야 하겠음을 강조한다.
국제 수지 역조 폭의 확대를 막기 위해서 수입 담보금 적립율을 획기적으로 인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장기간 이를 동결함으로써 업계는 지금 전례 없는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차관 원리금 상환과 국제 수지 역조 폭 확대 등 때문에 해외 부문에서 환수되는 통화 압력은 여간 큰 것이 아니어서 국내 여신을 어지간히 늘려 주어도 시중 자금 사정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정세다. 그 위에 국제 수지 개선을 위한 금융 긴축이 불가피하며 하반기에도 금융 완화의 가능성이 적은 것이라면 경기 정책적으로 보아서도 내국 세수 압력이 가중되어서는 아니 되겠다는 것이다.
국제 수지 역조 때문에 해외 부문에서 통화가 환수되는 한편, 금융은 계속 긴축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세수 압력까지 가중되면 불황 극복이라는 당면 경제정책을 그르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세정의 경기적 고려는 재정 수입의 초과 달성 못지 않게 재정수입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도 절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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