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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특별회담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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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시국에 관한 나의 소신을 몇 가지 이야기하고 국민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작금 신문·방송을 통해 인지사태를 보고 국민 여러분도 매우 착잡한 실정에 싸여 있으리라고 짐작된다.

<대공협상 힘있을 때만>
인지반도는 지리적으로는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러나 인지사태는 결코 강 건너 불이라고 볼 수 없다.
첫째, 공산주의자들과 평화협정·조약·긴장완화·화란 등 그들과의 모든 거래는 그들과 우리와의 힘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균형이 깨지거나 우리 내부에 약점이 생기거나 우리가 약하다고 그들이 봤을 때는 협정이니 뭐니 하는 것은 하루 아침에 휴지처럼 버리고 무력·폭력으로 덤비는 것이 공산주의자들이다. 이것은 그들의 기본 전략이다.

<인지 패전도 분열 때문>
그러므로 공산주의자들과의 대화나 협상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들이 여기에 응할 때는 힘으로 상대를 넘어뜨릴 수 없으니까 새로운 음모를 꾸며 시간을 얻어 준비하는 기간을 갖자는 것이다. 준비할 시간을 얻기 위해 협상에 응해 오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월남 사태를 봐도 73년 봄 휴전 협정이후 2년간 공산 측은 오늘의 무력침공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던 반면 월남 측은 충분한 대비를 못했다.
둘째, 한 나라의 국가 안보를 남에게 의존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 지킬 능력과 결의를 갖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고 남의 힘도 빌릴 수 있다.
우방 지원에도 한계가 있고 이런 결의가 없으면 남의 도움을 필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국론이 분열돼 잇고 국내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에는 일단 유사시에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크메르」나 월남사태를 보더라도 정부군의 힘이 공산군보다 약했던 것이 아니다. 병력·장비에서 오히려 공산군보다 우세했다. 그런데도 왜 패배했는가. 그 중요한 이유는 국론이 통일되지 않았고 국민의 총화단결이 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집안 싸움을 거듭하다가 패전하게 된 것이다.
이런 예는 우리나라의 과거 역사에서도 여러 차례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인지 식 전략 한국서도>
인도지나반도 사태가 한반도에는, 우리 안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인지반도 공산주의자들이 쓰고 있는 인민해방전쟁·폭력혁명전략은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소위 남조선 해방·남조선혁명 전쟁이라는「아시아」국제공산주의자들의 공통된 전략의 일환이다.
따라서 악명 높은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오늘의 인지사태를 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슨 꿈을 꾸고 있겠는가 생각해 볼 때 우선 중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해방 후 30년 동안 이것만을 연구해 왔고 음모만 꾸며 온 그들이기에 이런 사태와 정세 하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크게 용기를 얻고 고무 받았을 것이다.
우리 한반도에서도 인민해방전쟁이나 남조선 해방혁명이 성공할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중공 방문 속셈은 뻔해>
이번에 중공을 방문한 김일성이 북경에 가서 의기양양하게 큰 소리를 쳤다. 그의 중공 방문 목적이나 중공수뇌들을 만나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직접 듣지 못해 알 수 없지만 무슨 음모를 꾸몄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뻔한 일이다. 김일성은 북경에 가서 소위 혁명전쟁을 불사하며 전쟁이 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호언 장담했다.
그것은 우 리에 대해 지극히 도전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금년 들어 수차에 걸쳐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금년 75년을 소위 남조선 적화통일의 결정적인 해로 정하고 여러 가지 일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판단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자료와 증거가 나타났다. 그들은 금년에 들어와 여러 차례에 걸쳐 금년은 해방 30주년이니 노동당 창당 30주년 기념이니 해서 금년을 혁명에 빛나는 승리의 해로 만들자고 떠들어댔다.
또 우리의 이와 같은 판단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사례로는 국민 여러분이 다 아는 휴전선 안의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파 놓은 땅굴사건이다. 현재까지 2 개를 발견했고 나머지 여러 개가 탐색 중이지만 아마 여남은 개가 발견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땅굴의 완공 목표 시기를 조사해 보면 금년 여름까지이며 늦어도 금년 가을까지는 끝난다는 것이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6개년 계획을 원내 내년에 끝내게 되어 있었으나 1년 앞당겨 금년 10월 이전에 완성하라고 노동당에서 지시했다. 북한은 올 봄부터 고등학교학생 이상의 모든 학생에게 학업을 전폐시키고 6개년 계획 앞당기기 운동에 내보내 노동에 전념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데모」나 휴업으로 놀고 있는 동안 북한의 학생들은 6개년 계획을 앞당기는 노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증거가 있다.
그러면 왜 그들이 금년 즉 75년에「타이밍」을 맞췄는지, 이것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내가 보기에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75년이란 우리나라 구 헌법에 따르면 선거의 해라는 것이다. 유신으로 헌법이 바뀌었지만 구 헌법에 따르면 금년 봄에 선거를 실시하게 되어 지금쯤 대통령 선거를 하게 되고 다음달에 국회의원 선거를 하게 되어 있다.

<허비할 시간 이젠 없다>
선거의 해란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한 마디로 국력이 가장 약화되는 시기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된 일인지 선거 때만 되면 사회가 혼란하고 정국이 불안해지고 행정에 공백이 생기는 폐단이 있어 왔다.
선거가 시작되기 6개월 내지 1년 전부터 이른바 선거바람이 불고 선거「무드」가 생겨 사회가 시끄럽고 정국이 불안해지게 된다.
선거 때가 되면 절정에 이르러 나라의 기틀이 흔들흔들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선거가 끝난 뒤에 바로 잡아지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다. 선거가 끝나면 선거 후유증이 계속되어 1년 내지 2년 동안 사회 혼란·정국불안·행정공백이 계속된다. 이 때문에 선거 때가 우리의 국력이 가장 약화되는 때인 것이다.
아마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지난 71년 선거를 보고 이 시기에「타이밍」을 맞춘 것이 아니냐, 이것은 정권수립 30주년 노동당 창설 30주년, 해방 30주년과 일치한다.
그들이 이런 계획을 추진하는 도중 뜻밖에 그들에게 용기와 자신을 주고 고무시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이 인지사건이다. 그들이 음모를 꾸밀 때는 이런 것을 예측하지 못했겠지만 금년 초 이런 사태가 일어나 그들에게 유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고무를 받았을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이 시기가 금년이 남조선 혁명의 절호의「찬스」라고 판단할 지 모른다. 김일성도 이런 정세를 보고 안절부절 못 하고 중공에 뛰어간 것 같다.
종합적으로 분석·판단할 때 금년은 북한이 무모한 불장난을 저지를 가능성이 가장 농후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것을 감안할 때 나는 이상 더 북한이 남침할 것이다, 안 할 것이다, 남침 위험이 있다, 없다는 정세 분석이나 토론을 할 때는 지났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북한 공산집단이 전쟁을 도발할 때 즉각 저지하고 결정적인 타격을 가해서 남조선혁명 운운의 허황된 꿈을 이 기회에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한다.

<각자 맡은 일부터 성실히>
이를 위한 불 퇴전의 결의와 행동을 모색해야 한다. 부질없이 앉아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우리 국군과 주한 미군은 이러한 사태에도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와 엄중한 태세를 갖추어 여하한 적의 공격도 저지 격 멸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은 믿어 주기 바란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 국민들이 만약 이런 사태가 일어났을 때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굳건한 결의와 각오, 그리고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신념이 국민 각자의 가슴속에 서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큰 문제이다.
국민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군이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와 군, 그리고 국민이 합심 일체가 되어 총력을 기울일 때 승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총력전이요, 총력안보체제이다. 군인뿐 아니라 정부와 모든 국민이 새로운 각오를 가져야 한다.
총을 들고 있는 군인만이 책임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과 언론인·종교인도 모두 다같이 책임이 있는 것이다.
모든 직장인·근로자·가정주부 여러분은 전사라는 결의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모든 사람이 자기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똑똑히 알고 자기의 책임을 가장 성실하게 이행하고 실천해야 한다.

<국론 분열은 이적 행위>
만약 어떤 사태가 날 때 겁부터 먹고 보따리 사고 나만 살겠다는 얌체 없는 국민이 있으면 이길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자신도 살 수 없을 것이다.
이 같은 비 국민적·반국가적 행위는 민족의 이름으로 단호히 규탄 받아야 할 것이며 이적행위로 단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런 시기에 국론을 분열하고 국민총화를 해치는 행위를 하거나 유언비어를 유포시켜 민심을 현혹하는 행위는 결국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우리 국민들이 여하한 경우에라도 나라를 지키고 내 가족·내 자신을 지키겠다는 굳은 결의와 각오를 갖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앞으로 만약에 북한 공산집단이 전쟁을 도발해 온다면 우리가 사는 이 수도 서울은 절대로 철수해서는 안 된다.
전 시민이 이 자리에 남아 사수해야 한다.
6백40만 시민도 끝까지 사수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도 시민과 같이 사수할 것이다.
전방은 우리 국군들이 일보도 양보 없이 국토를 수호할 것이다.
후방은 우리 국민들이 내 고장 내 마을 내 집을 사수해야 한다.
나라를 지키고 내 고장·내 가족·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서 기필코 승리한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북한공산주의자들이 무모한 판단으로 또 다시 남침해 오면 그 결과는 오직 그들의 자멸이 있을 뿐임을 그들도 알아야 할 것이다.

<중대시국 인식 정확히>
우리는 오늘의 중대시국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에누리없이 사실대로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 사태를 지나치게 과장할 필요도 없고 과소평가 하거나 안이한 생각을 해도 안 되겠다. 똑바로 인식해야 사태에 임하는 결의가 서고, 해야 할 일을 해야 사태에 임하는 결의가 서고, 해야 할 일을 찾을 수 있으며 신념이 생길 수 있다.
앞으로 여하한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고 동요해서도, 동요할 필요도 없다.
굳게 단결하여 조국과 내 자신을 지키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가지고 임하면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다.
우리의 60만 국군과 주한 미군은 세계 어느 나라 군대보다도 막강한 힘을 가진 군대라고 자부한다.
우리에게는 잘 훈련되고 조직된 애국심이 투철한 2백70만 향군이 있다.
또 반공정신으로 굳건히 무장된 3천4백만의 애국심에 불타는 국민이 있다. 우리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잘 알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민들은 정부와 군을 믿고 정부는 슬기롭고 용감한 국민을 믿고 일치 단결하여 필승의 단결과 의연한 자세로 모든 사태를 헤쳐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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