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여성교양을 위한 「시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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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몇 년간 전시장이 많이 늘어나고 개인전도 활발해져 일반이 미술에 접할 기회가 흔해지고 있는데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관람객으로서는 무엇을 어떻게 보면 좋은가?
『미술품을 보고 즐긴다는 것은 여유가 있는 특정인들의 일처럼 일반에게 잘못 인식되어있다.
그러나 입장료조차 없이 대중에게 가장 널리 개방돼 있는 점에서 예술작품 감상을 통한 고귀한 정서의 함양은 누구나 「남의 일」 아닌 「나의 일」로 삼을 만한 것이다.
우선 주중일과로 전시장에 들르는 습관을 권하고 싶다. 특히 일가족 동반으로 백화점·고궁의 전사관을 자주 활용하는 것은 최소의 부담으로 자녀들에게 최고의 교육적 환경을 마련해줄 방법이라고 본다.』
-요즘엔 현대미술품의 매매가 많아졌다고 하는데 현재 매매되고 있는 성격은 어떤 것인지…
『정부의 작품매입자금이 너무 적어(연간 5백만원 정도로 대작 한 두편을 사는 게 고작이다) 혜택이 없는 대개의 작가들은 개인전이나 국전을 판매「루트」로 삼게 된다. 매매의 90%가 정상적인 「컬렉션」이 아니고 증권이나 패물을 사듯 사두는 투기성 투자라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대체로 개인이 운영하는 화랑은 화상을 겸하고 있으나 외국처럼 최고의 예술품을 다룬다는 사회적 책임 의식이나 교양을 토대로 하는 상술이 부족하고 고객의 눈치에 따라 값을 즉흥적으로 조작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유명인의 작품, 대작에 몰려드는 떠돌이 구입자가 화단에 영향을 미치고 가짜 이중섭이 나돌 정도로 작품의 매매는 혼란상태에 빠져있다』
권할만한 「컬렉션」의 방법은…
『작가를 직접 찾아가거나 개인적 친분 있는 평론가 등의 소개로 직접 거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바람직한 방법이다. 우선은 국내작가·작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미술출판이 육성되어야 정상적인 개인「컬렉션」이 가능해질 것이다』
-국전이 국민들의 미적 계몽을 제도로 하고 있는 것인지…
『현재까지는 작가의 창작 의욕을 고취한다는 면에 치중-관객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 밖이었다. 앞으로는 작가나 심사위원이 사회교육적 기능에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대중에 영합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미술가들의 대결의 장으로보다는 사회에 파급효과를 고려, 대작위주나 편중성을 버리고 진심으로 소박한 감동을 주는 작품들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은 아직 동양화에 더 접근하는 느낌인데 동양화의 현대미술로서의 위치는…
『현재는 동서양의 지역구분이 무의미해지고 독특한 기법과 역사에 따른 표현양식도 활발한 교류를 통해 공존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재료나 소재 등 얼마든지 다양화될 수 있다. 서구화-근대화-발전이라는 오해에 편승하여 동양정신을 망각하고 기법·양식만 서양 것을 직수입하는 경향이 문제일 뿐이다.』
-실험적인 미술활동이 우리에게 절실한 느낌을 못 주는 까닭은…
『60년대 이후 해외에서 유행하는 전후미술의 한 수법으로 감정과 상황이 주인공을 제거하고 상황만을 제시,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상황미술이 우리에게도 수입되었다.
이것은 「예술의 민주화」를 표방, 미술의 저변을 확대하려는 한 시도로서 살아있는 생활주변의 분위기를 보여줄 뿐이므로 원래 일반인으로서는 이질적이고 재미없게 느끼기 쉬운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요인은 그 지역사회의 문제의 상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작가의 현실인식이 외국의 양식을 도입해온 것에 지나지 않는데 있다.』
-우리 미술계에서의 여성들의 활동은 어떤가. 앞으로의 전망은…
『여건에 비해서 우리나라 여성 미술인들의 열의와 업적은 훌륭하며 널리 인정받고 있다. 전문가 뿐 아니라 앞으로는 「아마추어」 「그룹」전 등 애정 깃들인 소중한 세계를 보여주고 미술의 생활화를 이루는데 여성의 역할이 크게 기대된다.』 <차미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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