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영화작가「그룹」서「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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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대영화작가「그룹」(대표간사 이영일)은 25일 하오 프랑스문화관에서『오늘의 세계영화조류』라는 제목의「세미나」를 열었다. 이날「세미나」에는 미국에서 활약하다가 최근 귀국한 홍의봉 감독과 유현목·김수용 감독, 그리고「시나리오」작가 이상현·여수중씨 등이 참석, 구미 일본 공산권영화의 최근 경향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미국의「언더그라운드·필름」>유현목
「언더그라운드·필름」, 즉 지하영화는 상업영화에 대한 상대어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전위영화·실험영화 따위가 모두 포함된다. 1차 대전 직후 화가·음악가 등 비영화인에 의해 시작된 지하영화 운동은 60년대에 이르면서「조너스·매커즈」를 중심으로 한 큰 세력으로 성장했다.
3, 4년 전에는「그리니치·빌리지」근처의 조그만 극장에서「언더그라운드·필름·페스티벌」이 열려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여기 출품된 영화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엔디·와홀」이 만든『잠잔다』『먹는다』등이 있는데『잠잔다』는 8시간 짜 리로 한남자가 잠이 들어 깰 때까지를 한「커트」로,『먹는다』는 445분 짜 리로 새우「프라이」먹는 장면을 한「커트」로 찍은 것이다. 이 지하영화운동은 70년대에 들어서면서 과학문명의 발전을 타고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들을 보급하기 위해 미국각처에는 지하영화소극장이 산재해 있다.

<최근의 미국영화>홍의봉
60년대 후반부터 일기 시작한「뉴·아메리칸·시네마」운동은 기성 가치관에 대한 두드러진 반발의 형태로 나타났다. 이 운동의 영향으로 영화들은 현실 비판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또 오락영화도 단순한 오락성에서 탈피, 심오한 의미를 가지려는 경향을 보인다. 가령 『포세이돈·어드벤처』『에어포트』같은 영화는 현실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에게 자극제가 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 대연 각 호텔화재를 다룬『타오르는 연옥』은 문명발전이 가져오는 재난이 얼마나 심각한 의미를 지니는가를 암시한다. 최근 미국영화의 특징은 ①영화가 점차 개인예술화하고 있다는 것이며 ②유럽 영화와의 거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베르히만」「럿셀리니」「펠리니」등 유럽 감독의 작품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음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공산권 영화의 경향>김수용
최근 몇 년 동안 홍콩 등지에서 소련 중공「헝가리」「칠레」등 공산권영화들을 관람할 기회를 가졌었다.「세르게이·본다르추크」감독의『전쟁과 평화』는 소요된「필름」이 우리 나라에서 1년 동안 씌어지는「필름」보다 많은 양의「필름」이 씌어졌다는 이야기대로 대단한 거작이었다.
제작기간이 5년이라는 이 영화는「이데올로기」를 내세우지 않고 표현주의에 입각한 리얼리즘을 추구한 예술영화였다. 『안나·카레니나』도 구미영화가 보이지 못하는 테크닉을 구사했다. 소련 영화에 비하면 중공영화는 지나칠 정도로 공산주의 선전에 광분 본하고 있으며 형식과 내용 면에서 도저히 예술이라 부를 수 없는 것들이다.『홍의낭자군』이 그 좋은 예다.

<「이탈리아」영화의 조류>이상현
60년대 이후「이탈리아」영자의 두드러진 특징은 전후 대두된「네오·리얼리즘」의 완성이다. 물론 똑같이「네오·리얼리즘」을 추구하면서도「펠리니」「롯셀리니」「데시카」의 작품들은 본질적인 면에서 경향을 다소 달리한다고「펠리니」가 외부적인 현실과 함께 내면적 진실을 중요시하는 데 비해「로셀리니」는 관념적이며 지적냄새를 강하게 풍기고 있으며 「데시카」는 냉혹한 현실 뒤에 오는 따뜻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이탈리아」영화를 대표하는 이들 작품에는 문명 비평적 정신이 면면히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오늘의 일본영화>여수중
60년대 이후 일본영화가 서구영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여 칸느 등 저명한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들이 세계영화의 흐름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일본영화작가들의 투철한 작가의식이 전제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등장한 일본의 젊은 감독들은 그네들이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 살고 있는가를 정확히 느끼고 있으며 그들의 작품 속에 생생하게 투영시키고 있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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