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막히면 굽이 튼 정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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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 이 자리에서 선생의 소망인 민주회복이 이제는 이루어졌습니다 하고 소리 높여 말씀도리지 못하는 것이 송구스럽고 한스럽습니다』-.
28일 서울 대성빌딩 대강당에서 열린 고 유진산 선생 1주기추도식에서 김영삼 신민당 총재는 식사에서 이렇게 말한 뒤『선배지도자들이 쌓아 나온 야당의 전통을 지키고 남겨 놓은 정치적 한을 민주회복으로써 물겠다』고 했다.
추도식에는 박정희 대통령, 김종필 국부총리, 김대중씨 및 공화당 등에서 조화를 보내 왔고 김영삼 총재, 김진만 국회부의장, 양일동 통일당 당수 및 60여명의 여-야 의원이 참석.
정일권 국회의장은 금부의장이 대독한 추도사에서『지나친 방관으로 무능을 자초하거나 무리를 강요한 나머지 파국을 초래하는 우를 범하기에 앞서 현실을 직시하여 타협을 모색한 폭넓은 정치인이었다』고 추모했다.
식이 끝난 뒤 김 총재 등 신민 의원 50여 명은 유가족과 함께 금산 고인의 묘소에 내려가 묘비 제막식을 가졌다.
이은상씨가 짓고 김충현씨가 오석에 쓴 비문은 7백30여 자로『그는 언제나 여당에 대하여 극한 투쟁보다는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의 난관을 타개해 나가려고 애썼으며 길이 막히면 굽이 틀 망정 그의 방향은 변함없었다…』라고 새겨졌다.
이 묘비에는 유가족이 1백만원, 신민당 기부금 50만원과 지난해 장례에 부의 금 잔액 등 6백94만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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