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기간 무임금" … 미 의원 116명 약속 지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해 10월 미국은 민주·공화당 간 정쟁으로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16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 정지) 사태를 겪었다. 당시 일부 의원은 셧다운 기간 중 세비를 반납하거나 사회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의 연방의원들은 1년에 평균 17만4000달러(약 1억8500만원)의 세비를 받는다. 하루 평균 477달러씩으로, 16일간 세비는 7600달러 정도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세비 반납을 약속한 244명의 의원 중 최소 116명이 이 ‘무노동 무임금’ 약속을 지킨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전체 연방의원 수는 535명(상원 100명, 하원 435명)이다. 미 의원들의 경우 각종 단체에 세비를 기부한 내역이나 세비 반납 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WP는 직간접 설문조사와 확인작업을 거쳐 이들의 명단을 확보했다.

 가장 많은 세비를 반납한 것으로 확인된 의원은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 정보위원장과 존 호벤(공화·노스다코타) 상원의원이었다. 이들은 각각 1만달러를 천주교 교육단체 또는 참전용사단체 등에 기부했다. 또 니타 로위(8200달러, 민주·뉴욕) 하원의원과 마이크 엔지(7733달러, 공화·와이오밍) 하원의원, 론 바버(7627달러, 민주·애리조나) 상원의원 등은 16일분에 해당하는 세비를 국고에 반납하거나 지역구 내 사회복지단체 등에 기부했다.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의원들도 세비 반납 대열에 합류했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7627달러, 텍사스), 켈리 에이욧(5765달러, 뉴햄프셔) 상원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116명의 의원이 반납하거나 기부한 세비 총액은 49만4500달러(약 5억3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의회사에서 100명이 넘는 의원이 거액의 세비를 반납한 전례는 없다.

 의원들의 무노동 무임금 실천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의 반응은 냉랭했다. ‘퍼블릭시티즌’의 크레그 홀먼은 “올바른 일이긴 하지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며 “제대로 정치를 못한 데다 국민 여론을 의식한 행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현역 의원들의 지지도가 바닥세를 면치 못하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세비를 반납했다는 것이다.

 세비 반납을 거부한 의원들에 쏠리는 시선은 더욱 곱지 않다. 공화당의 미셸 바크먼(미네소타) 하원의원 등은 연방정부 예산 삭감이 없는 한 셧다운에 찬성한다고 밝혀 ‘무노동 무임금’ 대열에서 이탈했다고 WP는 밝혔다.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장도 셧다운 기간에 강제 무급휴가를 떠난 연방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할 경우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나중에 급여 소급 지급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약속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