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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박사의 건강 비타민] 고관절에 치명타 낙상, 봄에도 방심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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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봄 소식을 들으면서 연세 있는 분들은 빙판길 낙상(落傷) 사고 위험이 줄어들 거라며 안도하기 쉽다. 낙상은 겨울 사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봄이 다가오면 쉽게 잊는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세브란스병원이 지난해 낙상 뒤 수술을 받은 환자 426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12월이 58명으로 가장 많았다. 1, 2월에도 각각 53명으로 대체로 겨울이 많긴 많았다. 하지만 10월에도 49명으로 겨울 못지않았다. 따뜻한 4, 5월에도 각각 33건 발생했다. 3월은 28건으로 겨울보다 적긴 해도 안심할 정도는 아니다. 낙상이 겨울에만 발생하는 게 아닌 것이다.

 이유가 있다. 낙상 장소를 보면 집 안(화장실 제외)이 99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길(골목이나 이면도로) 95건 ▶큰 도로 54건 ▶빙판길 48건 ▶계단 45건 ▶화장실 42건 등의 순이다. 낙상 사고의 대부분이 겨울 빙판길과 무관하게 연중 시기 구분 없이 발생한다. 게다가 화장실을 포함한 실내 사고가 141건으로 전체의 33%나 됐다.

 김모(81) 할머니는 걷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만큼 건강한 편이었다. 올 1월 화장실에 들어가다 왼발이 미끄러지면서 엉덩이가 바닥에 강하게 부딪혔다.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 았다. 대퇴골(넓적다리뼈) 골절이었다. 김 할머니는 좌측 고관절의 부분 치환술을 받고 증상이 호전돼 퇴원했다.

 집안 낙상사고는 욕실뿐만 아니라 침실·거실·주방·현관·계단 등 거의 모든 곳에서 발생한다. 고모(85) 할머니는 지난달 8일 오후 외출하러 계단을 내려오던 중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왼쪽 골반 쪽에서 참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느껴져 병원에 실려갔다. 대퇴골 골절이었다. 어긋난 뼈를 맞추고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다.

 빙판길 낙상 사고는 젊은 층에서도 발생하지만 집 안 낙상사고는 대부분 65세 이상 노인에게 발생한다. 급격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이런 사고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낙상사고가 나면 골절·타박상·치아파손·열상(찢어짐)·뇌손상 등이 생긴다. 낙상은 노인 신체 손상 원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낙상으로 고관절이 골절되면 사망률이 30% 증가한다.

 낙상을 예방하는 지름길은 운동이다. 운동을 하면 노인 낙상 위험이 40~60% 줄어든다. 균형 감각이 유지돼 잘 넘어지지 않을뿐더러 근육 양이 늘고 체중이 줄어 낙상을 하더라도 부상 위험이 감소한다. 호텔과 일부 아파트의 욕조와 변기 옆에는 샤워나 용변 뒤 어지럼증이 생기는 상황에 대비해 손잡이가 설치돼 있다. 간단한 설비이지만 낙상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 . 욕실·화장실 바닥에 미끄럼을 방지하는 타일이나 매트를 까는 것도 낙상 예방에 좋다.

이진우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

의사·기자들이 쓰는 생생 정보란을 신설합니다. 매주 월·목요일자에 건강·자연·법률·교육 관련 내용을 번갈아 게재합니다. 독자들 질문에도 성실히 답변해 드립니다. 질문은 e메일 (soci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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