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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월남을 포기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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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은 아직 월남을 포기했다고 선언하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그런 선언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포드」대통령은 3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월남과「크메르」를 구제할 능력이 없고 따라서 미국은 인지를 사실상 포기했음을 의심의 여지없는 표현으로 시사했다.
「포드」대통령은「크메르」와 월남이 공산화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만 말할뿐 「사이공」정부를 구제할 군사계획 같은 것은 밝히지 못했다.
「포드」대통령은 미군을 인지에 다시 보내겠다는 위협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대신「포드」대통령은 피난민을 위한 인도적인 원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이 미국의 대통령이「사이공」함락 일보직전에도 직접적인 군사행동의 위협에서 인도적인 지원의 강화로 초점을 옮겨야 하는 것은 이제는 월남의 군사정세를 「사이공」정부를 구제하는 방향으로 만회시키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의미한다.
미군합정들이 월남근해에서 대기중이지만 그것도 미국 및 월남 민간인소개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포드」는 설명했다.
「포드」대통령은 벌써「인도차이나」상실이후를 걱정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있다.
그는 적대국들에는 월남사태를 가지고 미국이 다른 지역에서도 자유를 위해서 투쟁할 의지를 상실한 것으로 오산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인지사태가 돌아가는 꼴을 보고「이스라엘」은 이미 미국대통령의 약속에 나라의 운명을 위탁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키신저」국무장관의 중동평화협상을 난파시켰다.
한국·일본·「필리핀」그리고 태국 같은 나라들도 불안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키신저」장관이 김동조외무장관에게, 그리고 「슐레징거」미국방장관이 함병춘주미대사에게 인지사태가 한국에는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고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는 공약을 지키겠다고 강조한 것도 불안한 시선으로「사이공」과 「프놈펜」을 지켜보는 우방들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포드」대통령은 다음주의회에서 하는 외교보고연실에서 지금의 파국적인 경세를 토대로 재검토된 미국의「인도차이나」정책을 밝힐 예정이다.
그러나 「티우」 정권의 운명, 「크메르」의 운명에 관한한「샌디에이고」의 기자회견의 범위를 넘는 말을「포드」대통령이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닌 것 같다.「포드」행정부는 의회의 승인 없이는「인도차이나」에 다시 군쟁개입을 할수 없다는 법률에 묶여있고 그러한 법률이 아니라도 『이제 월남은 그만…』이라는 미국의 여론에 손발이 묶여있다.
미국 사람들은 5만5천명의 미군의 인명과 1천5백억「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삼킨 월남전의 미국쪽의 비극을 잊을 수가 없다.
앞으로 미국여론과 의회가 용납할 부분은 피난민구제뿐이다.
특히 월남고아를 태운 C5A 수송기의 추락·참사는 이미 월남으로 멍든 미국사람들의 가슴에 또 하나의 못질을 한 것이다.「탄손누트」공항부근의 논바닥에 희생된 어린생명들 덕택에「포드」행정부가 보다 많은 인도적인 지원을 요청하기가 수월하여졌다면 그것은 월남비극의「아이러니컬」한 면이다.
미국이 내심 바라는 것은「티우」가 물러나고 「두옹·반·민」장군같은 신축성 있는 인물이 등장하여 공산측과 협상을 벌일 수 있으면 하는 것이다.
미국이 능동적으로 그런 복안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것은 CIA가 주도한「쿠데타」가 항상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전례 때문인 것 같다.
「포드」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의회는「인도차이나」의 군쟁원조를 올리지 않을 기색이다.
상원세출위원장 「존·맥레런」의원은『이제 더는 월남에 대한 원조를 올리지 않겠다. 월남은 상실된 것이다』라고 한마디로 갈파했고, 미국의 여론은 70%이상이 월남보다는「인플레」와 실업문제가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미국시민들은 일반적으로 월남과「크메르」 군원을 계속 제공하는 것은 그만큼 살상을 장기화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인도차이나」를 포기하는 것이 불치의 병으로 마지막 고통을 겪고있는 환자에 대한「안락사」의 혜택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그리고 미국사람들은 이제야「레·둑·토」가 「노벨」평화상을 거부한 심정과 「키신저」가 그것을 덥석 받은 우를 깨닫는 것 같다.
이제 기정사보로 굳어져 가는「인도차이나」의 상실은 미국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 외교정책의 전면적인 재평가,「키신저」외교의 비판을 강요할 것이다.
미국사람들은 「키신저」가 미군을 「인도차이나」에서 빼내고, 미군포로를 석방시키는 것 이상의 것을「하노이」정권에서 얻어낼 수 없었다고 인정한다.
그리고「닉슨」이 대통령선거와 월남휴전과 시기를 맞추는 정치적인 장난만 하지 않았어도 사정은 한층 나았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프놈펜」과 「사이공」이 함락되고 나면 미국은 인지의「종이호랑이」가 다른 지역에서도 「종이호랑이」는 아니라는 사실을 적대국들과 우방들에 납득시키는 힘든 작업을 해야한다.
그런 작업은 강대국화해의 시련을 의미하기도하고 미국과 동맹국간의 관계의 재조정을 필연적으로 동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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