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놀」이 망명길에 오르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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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년 전 「노로돔·시아누크」공의 정부를 전복시키고 집권한 뒤 「크메르」를 내전의 혼란과 군사적 파국 속에 몰아넣었던 「론·놀」 「크메르」대통령은 1일 공산반군과의 종전 협상 길을 열어놓기 위해 「프놈펜」을 조용히 떠나 「인도네시아」를 거쳐 미국으로 가는 사실상의 망명길에 올랐다.
○…「론·놀」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전국중계 「라디오」 연설을 갖고 『건강이 좋아지고 조국의 정세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즉각 귀국할 것』이라고 말하고 해외여행 중 『명예로운 평화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는 「크메르」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프놈펜」에서는 그의 출국으로 3개월간의 공세 끝에 「크메르」정부를 크게 위협하는 공산반군과의 평화협상의 길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널리 퍼지고있으나 때가 너무 늦었다고 비관하는 인사들도 많다.
○…「론·놀」 대통령은 일행 27명과 함께 대통령 관저에서 「헬리콥터」편으로 「포젠통」 공항으로 향했는데 「크메르」군 및 정부군 고위관리들은 석조의 대통령 관저 「참가르몽」궁에서 송별식을 열고 그를 전송했다.
송별식에는 「크메르」군 의장대와 군악대가 동원되어 떠나는 대통령에게 석별의 예를 보냈는데 「론·놀」 장군은 동료·보좌관들에게 작별의 말을 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철조망이 쳐진 대통령 관저 주위를 지나는 「프놈펜」시민들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듯 했으며 시 4백km밖 「메콩」강 동안에서 작렬하는 포탄소리가 은은히 들렸다.
○…「론·놀」 대통령이 「헬리콥터」편으로 「포첸통」 공항에 도착, 「헬리콥터」에서 부축을 받으며 내려오고 있을 때 5발의 곡사포탄이 공항에 작렬했으며 그 중 1발은 그가 있는 곳에서 불과 1백m 떨어진 지점에 떨어졌다.
그는 지팡이에 의지하여 비틀거리며 비행기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으며 비행기에 오를 때는 세 사람이 부축했다. 「론·놀」 대통령이 비행기에 오르자 그의 나머지 일행도 앞을 다투어 올라탔는데 일행은 그의 부인과 2명의 어린 딸, 「롱·보레」 수상, 동생 「론·논」 준장, 고위정치인들, 군 수뇌들, 경호관들과 하인들이었다.
【AP 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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