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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역량을 갖추지 못한 국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의 인지 반도 사태는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이다. 불과 2주만에 제2의 도시 「다낭」을 포함한 월남의 12개 성 3만여 평방 「마일」의 국토가 공산군에 넘어갔다.
「크메르」에선 「론·놀」정권이 항복을 결정, 대통령이 곧 망명한다는 설이 보도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인지 반도 사태는 국제 정치에서도 오직, 적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우리에게 교훈 해 주는 것이다.
자주 역량을 갖추지 못한 국가와 국민은 살아 남지 못한다는 현실과 남에게만 의존하는 자세로는 국토를 보전하기 힘들다는 교훈이다.
2차 대전 이후 인지·인도아 대륙·중동, 그리고 한반도는 세계의 분쟁지대였다. 그 중 인지의 형세가 위급하고, 인·「파」 전쟁의 결과는 「파키스탄」의 분할을 초래했다.
오직 1억「아랍」에 둘러싸인 3백20만「이스라엘」만이 네 차례에 걸친 중동 전에도 불구하고 국토를 지켰다. 그 유일한 요인은 자주적인 역량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적화 통일을 기본 목표로 하는 북괴는 최근 급격한 군비 증강과 함께 비무장지대에 지하 「터널」을 구축하는 등 각종 도발을 강화하고 있다.
그래서 한반도에 있어서도 이에 대처할 수 있도록 국방력을 위시한 자주 역량의 강화가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시급히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박 대통령이 육·공사 졸업식 치사에서 한반도에 전면전 위험을 경고하면서 자위력 이 없으면 집단 안보가 무의미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말이다.
국방력 강화는 국가 안보의 기본 요소다. 다만, 국가의 자주 안보는 군사력의 증강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국민 생활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자주적 역량의 집결이 병행되어져야 한다.
민주 국가에서는 국방력 강화와 민주주의 제도의 확립, 그리고 민주적 협동의 생활화야말로 국민 역량을 자발적으로 집결시키는 기본적 과정이다. 이 훌륭한 민주 질서를 지키기 위해 누구나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바치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국내 정치와 사회 자체의 안정, 그리고 거국 안보 체제의 저변 확대가 선결 문제다.
요즘의 국내 정치 정세를 보면 집권 세력과 재야 세력이 너무도 극한적으로 맞서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금하기 어렵다. 서로 상대를 이해하려는 자세와 대화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미·소간, 그리고 서울과 평양간에도 이른바 「하틀라인」이 통하는 마당에 국내에서 진지한 대화로 해결되지 못할 일이 없지 않겠는가.
정치와 사회의 화해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우선 정부의 「이니셔티브」로 모색되기를 기대하고 싶다.
이래야만 초당적 안보 협의가 가능해지고 안보를 정치에 이용한다는 오해도 해소될 수 있다.
국민의 사기와 단합을 해치는 부정 부패 등 사회 부조리 추 방노력이 병행되어야 국민 역량은 더욱 효과적으로 집결될 수 있을 것이다.
독주와 극심한 부패에 시달려온 월남과 「크메르」에 비극이 왔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좋은 타산지석이 되어야한다.
자주 역량을 강조한다해서 국제 연대의 중요성이 도외시되어선 안 된다는 것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 자유 우방과의 긴밀한 우대 관계는 우리 국가 안보의 중요한 기둥인 것이다.
우리가 안보 문제를 논하면서 그러나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주한미군이 영구히 이 땅에 있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번 인지사태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은 미국 정부만의 미국이기보다 다양한 요소의 미국이란 사실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미국의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선 미국 정부의 약속뿐 아니라 의회·언론 및 여론 등 다양한 함수를 의식해야 된다는 얘기다.
결국 분명한 것은 국민 역량의 민주적 집결만이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국가를 보전하는 기본이란 냉엄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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