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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반정 선언이 노린 것|공산군 압박·재야 도전으로 기로에선 티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 의회의 군원 거부에 이어 가중되는 공산군의 압박과 재야의 도전·군의 동요 등으로 「티우」 체제는 지금 중대한 고비에 직면했다.
작년가을 절정에 이르렀던 반정부 운동이 실패한 뒤 한때 잠잠했던 반 「티우」세력은 지 난 26일 「탄손누트」 공군 기지에서 모임을 갖고 다시 대 정부 포문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티우」 대통령의 강력한 정적인 「구엔·카오·키」 전 부통령 계열과 「고·딘·디엠」 정권을 무너뜨린 63년 「쿠데타」의 주역인 「두옹·반·민」장군파, 가장 과격한 「가톨릭」 지도자 「트란·후·탄」신부계 등 3개 재야 세력.
이들은 『영점 이하로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파국으로 치닫는 국가를 구하기 위해 구국 행동 위원회를 조직키로 했다고 선언하고 「티우」 대통령의 퇴진과 거국 내각의 구성을 들고 나섰다.
그들은 군부-정계 연합의 비상 지도 체제 결성과 현 체제의 전면적인 개혁을 구상중 이라고 전해졌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반 「티우」 행동파의 최전선에 서온 학생들은 정부의 징병 연령 인하를 계기로 반정부 「데모」를 시작했고 불교·「카톨릭」·「호아하오」·「가오다이」등 월남의 4개 종파 수뇌들은 구국 행동위 지지 회의를 준비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후에, 미국 측이 개입돼 있다는 설이 「사이공」 시내에 파다하게 떠들고 있다. 특히 「가톨릭」측에선 미 대사관이 재야 세력의 체제 개편 구상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공공연히 발설하고 있다.
「키신저」가 「파리」협정을 서둘러 체결한 제일 큰 이유는 미군 철수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불과 2년만에 월남을 공산 측에 넘겨줄 수도 없는 것이 미 행정부의 입장. 그러나 의회가 군원 문제에 「브래이크」를 걸고 있는 현실에서 공산 측과 협상을 하기 위해서 「티우」를 대신할 인물을 물색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반 「티우」 세력이 이런 낌새를 놓칠리 없고 「티우」 밑에서 수상과 부통령을 지내다 육군 세에 밀려 71년 이후 공직에서 물러나 있던 공군 출신의 「키」가 3년 반만에 침묵을 깨고 표면에 나선 것은 그가 「티우」의 대안 인물로 자처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란·반·토」전 외상 등 중도 노선을 지켜 온 정계 원로들도 최근 강경 노선으로 급선회. 반정부 세력에 가담했는데 「티우」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불만 장교를 중심으로 한 군부의 「쿠데타」가능성이다.
국가 안보라는 명목으로 대권을 장악한 「티우」는 평소 『한치의 땅도 양보하지 말라』 고 역설해 오다가 지난주 갑자기 후퇴 명령을 내림으로써 군부는 「티우」의 군 지도권에 내심 크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
철수 명령 후 결전 한번 못하고 후퇴와 패전만 거듭, 군의 위신과 사기는 말이 아니다. 공식 통계로는 요즘 매일 1개대 대병력이 소모되고있다.
국민들 사이엔 「베트콩」은 「스피커」 하나로 싸워 이기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후퇴하던 어떤 장교 (대령)는 『우리는 암살과 「쿠데타」를 기다리고 있다』고 공공연히 말 할 정도.
군부 「쿠데타」설과 「티우」 암살설이 나도는 가운데 27일 내무성은 정부 타도를 계획한 「쿠데타」 음모를 적발했다고 발표하고 이에 관련됐다는 정치인·언론인·대학 교수 등 반정부 인사 50여명을 체포했다. 그 가운덴 26일 「탄손누트」 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도 끼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종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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