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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시해 日 만행' 포고천하문 초고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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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明成皇后) 시해 다음해인 1896년 2월 작성된 포고천하문(布告天下文)의 초고(草稿). 포고천하문은 고종의 아관파천(俄館播遷) 등이 일본의 만행에 의한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정은 영남지역 유림 4명이 상소문 형태로 올린 이 초고를 손봐서는 미국, 영국 등 각국 공사관에 보냈다. 초고는 한국국학진흥원에, 수정된 원본의 사본은 독립기념관에 현재 소장돼 있다.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경북 안동에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은 명성황후(明成皇后) 시해 다음해인 1896년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아 각국 공사관에 보냈던 포고천하문(布告天下文)의 초고(草稿)를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진흥원에 따르면 이 초고는 경북 고령, 성주, 경남 거창에서 독립 운동을 했던 면우 곽종석(1846~1919), 홍와 이두훈(1856 1918) 등 영남지역 유림 4명이 작성한 것이다. 이들은 초고를 만들어 1896년 2월 상소문 형태로 조정에 올렸다.

초고에는 일련의 사건(명성황후 시해와 고종의 아관파천(俄館播遷) 등)이 일본만행 때문에 일어났고 만국의 평화와 세계 질서를 위해 일본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정은 이 초고를 손질해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당시 한성(서울)에 있던 공사관에 보냈다. 수정된 최종본인 포고천하문 원본의 사본은 독립기념관에 소장돼 있다.

국내 학계에서 처음 보고된 이 초고는 유학자 이두훈(1856~1918) 선생의 종손인 이진환(75) 전 고령군수가 보관하다 지난달 진흥원에 맡기면서 공개됐다. 이씨는 국채보상운동 자료 50여점, 독립운동가 이준(1859~1907) 열사와 주고받은 독립운동 자금모금 편지 등 1만여점의 고문서를 함께 진흥원에 기탁했다.

오용원(50) 한국국학진흥원 자료관리실장은 한달 동안 포고천하문 원본의 사본과 초고를 비교 분석해 '진짜 초고'인 것을 확인했다. 그는 "초고와 원본의 차이는 일부 문장과 글씨체의 차이다. 문장은 초고엔 비국(卑國)이라고 쓰인 게 원본에선 아국(我國)으로 당당한 느낌의 단어로 바뀐 정도이다"며 "글씨체가 다른 것은 초고 수정 과정에서 달라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단법인으로 민간에 소장된 고문서, 목판 등을 수집해 보관하면서 연구하는 기관이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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