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벗은 동심 뛰놀 곳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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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겨우내 웅크렸던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싶어도 적당한 놀이터가 없다. 그나마 몇 군데 놀이터가 있기는 해도 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놀이기구도 빈약한데다 겨우내 관리 소 홀로 대부분 망가져 있다.
대한주택공사 당국의 대도시 주택단지 개발에 있어서의 어린이 놀이터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내의 어린이놀이터는 총 75개소로 어린이 1명에 0·2평방m꼴로 어린이들은 뛰어 놀 자리를 잃은 채 지난 73년 한해 동안만 해도 어린이 놀이터 부족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어린이들 전체교통사고 3천 1백10건 중 70%인 2천 1백 8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조사연구는 대단위 주택단지로 집중 개발하고 있는 영동지구에 조차 공무원 아파트 단지 안에 3백 평방m의 소규모 어린이 놀이터 1개소만 있을 뿐. 다른 주택단지 안에는 시설이 없어 이 지역 어린이들의 62%가 놀이터를 모른 채 동내 골목길에서 놀고 있어 당국의 주택개발정책이 어린이 정서교육을 외면한다고 지적했다.
또 반포 및 여의도 아파트 단지와 화곡 및 영동 등 4개 지역 어린이 1천2백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놀이터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용은 6∼8세가 39·7%, 9∼11세가 36·6%로 가장 많고 또 이들이 이곳에서 노는 시간도 하루평균 30분∼1시간 30분이 51·7%를 차지하는데 주택단지에조차 놀이터 시설이 없다는 것.
연구보고는 최소한 l개 동에 1개소 이상의 어린이 놀이터 설치가 시급하며 주택단지에는 놀이터를 마련하지 않을 경우 건축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한편 기존 주택가에 놀이터가 없는 경우 주민들이 공동 부담하여 토지를 매수하거나 기타기업이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유료 놀이터의 설치 등 이 필요하다고 건의하고 있다 .
창신 제1 어린이공원(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산6)만 하더라고 총 면적 9백 40평의 땅에 시멘트 미끄럼틀과 정글 2개만이 덩그렇게 놓여 있을 뿐 청소마저 제대로 해 놓지 않아 휴지와 자갈·깨진 유리병조각이 나뒹굴고 있다. 더욱이 이 공원에는 72년부터 간이 사격장 (2백 평)이 설치되어 어른들의 놀이터 같은 느낌도 주고 있다.
또 남산 어린이 놀이터에는 중·고등 학생 및 어른들이 마구 드나들며 야구·축구 등 거 치른 운동을 하고 있어 실제 주인인 어린이들은 한 귀퉁이에서 힘없이 지내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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