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잠적 넉달…2, 800만원 횡령 여사원 검거|한미식품 전 경리직원 김재순양 애인 아버지와 택시 타고 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74년 11월9일 회사 돈 2천 8백여 만원을 빼내 잠적했던 전 한미식품(현 롯데 칠성음료주식회사·서울 영등포구 양펴동 5가 119)의 여자 경리사원 김재순양(28·서울 도봉구 미아10동 226의 20)이 잠적 4개월 7일 만인 16일 하오 서울 미아동 삼거리에서 애인 이 모씨(31)의 아버지와 함께 택시를 타고 가다 미행중인 경찰에 검거됐다. 김 양은 72년 10월부터 74년 11월 5일까지 동사의 경리장부를 허위기재, 펩시·콜라 등의 판매대금 2천 8백여 만원을 빼낸 뒤 행방을 감춰 회사측과 경찰은 김 양 체포에 1백 만원의 현상금을 걸고 전국에 지명 수배해 왔었다.
김 양은 경찰에서『부동산투기업자에게 돈을 빌려주다 사기를 당해 이를 보충하려고 회사 돈을 빼돌리기 시작했으며 그동안 주로 미아동 집 천장 속에 숨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양은『숨어 있는 동안 횡령한 돈 2천8백 만원 가운데 1천7백 만원은 변호사를 통해 회사에 판 상했고 자수를 하려 했으나 두려워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양은 74년 11월 9일 잠적 후 회사에 세 차례 전화를 걸어 횡령한 돈에 대한 판제 의사를 밝히고 소중영 변호사를 통해 회사측과 타협을 시도, 이 사건 착수금조로 소 변호사에게 2백 만원을 건네주었으며 소변호사가 세상이 잠잠해질 때까지 은신하라는 말에 따라 자수를 늦춰 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김 양을 업무상 횡령혐의로 구속하고 애인 이 모씨의 신병을 확보, 공범관계를 캐는 한편 이복 오빠인 김재풍씨 (36)를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

<도피경위>
김 양은 74년 11월 9일 하오 1시쯤 새로 부임한 경리부장 이 모씨(46)로부터 경리장부를 정리해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고 범행이 탄로 난 것을 알았다.
『점심 먹으러 간다』고 회사를 나온 김 양은 미아동 집에 들러 옷가지 등을 챙겨 하오 3시쯤 을지로 3가 상아탑 다방에서 회사 전 간부 강 모씨(46)를 만나 사고전말을 털어놓고 대책을 논의했다.
도피 첫날밤은 을지로 2가 모 여관에서 혼자 잠을 잔 뒤 다음날인 10일 회사동료 서 모양(24)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 안 동태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뒤 태평로에 있는 모 호텔에서 강씨를 다시 만났다.
김 양은 회사에서 갖고 나온 어음 2백 36만원 짜 리를 을지로 2가 모 사채업자에게 가져가 현찰로 바꾸어 도피 자금을 마련했다.
이때부터 이태원 뉴 용산 호텔 등 10여 개의 호텔 ·여관 등을 전전하다 12월 15일 자기 집에 돌아가 그 후 다락방에 숨어 있었다는 것.
김 양은 숨어 있는 동안 애인 이씨의 아버지 이 모씨 (59)에게 연락하기도 했고 변호사를 선정, 회사측과 고소취하 타협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지난 2월 28일 김 양이 횡령 액에 대한 판 제 약속을 이행하지 않자 현상금 1백 만원을 내걸었다.
김 양은 현상수배 소식을 듣고 영등포구 신길동 친오빠 김종근씨(34) 집으로 옮겨 은신했다.
이사이 애인 이 모씨의 아버지로부터 자수권유를 받았으나 소변호사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해 자수시기를 늦추었다는 것.
김 양은 검거된 l6일 아침 애인 아버지 이씨를 통해 경찰에 연락, 자수할 뜻을 비치고 종로구 누상 동 애인 이씨의 외삼촌 차 모씨 집에 마지막으로 애인 이씨를 만난 뒤 미아동 자기 집으로 가려고 이씨의 아버지와 함께 택시를 타고 가다 미행하던 영등포 경찰서 형사들에게 잡혔다.

<동기>
경찰조사에서 김 양은 72년 부동산 투기업자인 이화산업대표인 지천식씨(40)에게 2∼3백 만원씩 모두 네 차례에 걸쳐 9백 40만원을 빌려줘 경기도 양주군 상평리 일대의 1백여 평 짜리 당 문서를 잡았다가 수표로 판제 받았으나 수표가 부도나 사기를 당한 후 이를 메우기 위해 공금을 빼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양은 전국 6백여 개의 대리점과 판매점으로부터 올라오는 약속어음과 현금출납예금 통장을 도맡아 회사에서 5백 만원이 필요하면 8백 만원을 인출, 3백 만원을 가로챈 뒤 어음대장에 5백 만원만 인출된 것처럼 가 전표를 첨부하는 방법을 썼으나 하루에도 수백 만원씩 입금·인출이 있어 실물대조를 하기 전에는 연말 총결산 때나 발각되게 되어 있어 그동안 범행이 가능했었다고 했다.
김 양은 16세 때인 63년 서울 H여중을 졸업, 가정형편이 어려워 진학을 포기하고 당시 동방음료합방회사(한미식품전신) 회장인 이모부 이재화씨 소개로 경리부 소녀사환으로 입사, 65년부터 정식사원으로 근무해 왔다.

<수사경위>
경찰은 73년 11월 16일 김 양의 횡령 사실이 밝혀지자 회사측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받아 당산 파출소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김 양의 애인 이 모씨, 이복 오빠 김씨 등의 행방수사에 나섰으나 김 양이 횡령한 돈으로 화곡동에 땅 2백 86평을 매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 소재파악을 하지 못했었다.
그 동안에도 김 양은 변호사 소씨를 내세워 회사측에 이모부인 박재화씨가 5백 만원, 화곡동 대지 처분 금 1천 2백 만원 등 모두 1천 7백 만원을 판 제하고 나머지 돈에 대한 판제 의사를 밝혀 회사측은 한때 고소 취하까지 했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