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아파트」짓기 앞장서는「주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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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민주택 보급에 힘써야 할 한국주택공사(사장 최주종)가 전 서울대 문리대와 사범대 자리에 중산층 및 서민용「아파트」를 지으려던 계획을 바꿔 고소득층용 호화「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분양가격을 국내 최고인 평당 40만∼60만원으로 결정하여 사치성「아파트」를 민간업자보다 앞서서 조장하고 있다.
주택공사는 문리대 자리 2만1백80평의 대지에 30∼40평형 15층「아파트」1천2백 가구, 사대부지 2만1천 평엔 당초 22평형을 취소하고 30평형 15층「아파트」1천2백45 가구 분을 건설, 최저 1천2백 만원, 최고 2천4백 만원씩으로 분양하기로 했다.
최 주공사장은 11일 이 같은 사업계획을 밝히고『문리대 및 사대자리가 땅 값이 비싸 서민주택용지로 부적합하며 대신 서민용 주택건설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계획을 바꿔 고급「아파트」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택공사는 문리대자리「아파트」는 땅 값을 포함한 건설비가 평당 33만원이나 이를 60만원으로, 사대자리「아파트」는 건설실비 보다 평당 10만원을 붙여 40만원에 각각 분양, 여기서 얻는 차액수익 약 1백50억 원으로 전국주요도시에 6천 가구의 임대「아파트」를 건설하겠다』고 밝혔으나 민간업자에 앞서「아파트」가격을 높이는 결과를 빚을 우려를 주고 있다.
주공은 오는 4월말이나 5월초에 분양공고를 내 입주희망자로부터 선수금(분양가격의 15%예정)을 받아 착공, 내년 10월까지 이들「아파트」를 완공할 계획이다.
이같이 주택공사가 건설원가의 80%나 되는 이익을 붙여 고가로 판매함으로써 다른「아파트」의 값을 상승시킬 뿐 아니라 서민주택건설을 위해 세워진 주택공사가 면세혜택을 받아 가며 초 고급「아파트」를 건설한다는데 비난이 모아지고 있다.
주공은 지난 73년 문리대 및 사대부지를 31억 원(평당 6만∼9만원)에 인수했으며 문리대 자리엔 도서관 및 본관건물만 남고 다른 건물은 모두 철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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