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결 국회의 풍향」|「새 국회 상 정립」내건 임시국회소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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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무엇이 두려워서 국회를 못 여는가, 자주 열어서 법대로 운영하면 된다』-.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투표 후 처음 열린 6일 청와대 정부-여당 연석회의에서 막후협상이나 소수야당의 횡포에 끌려 다니는 식이 아닌「적법」과「다수결」원칙의 대 국회 관을 피력했다.
박대통령의 이 발언은 이보다 앞서 전 당 간부들이 이번 국회를 국회운영의 새로운 전기로 삼겠다고 입을 모은 것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제부터▲여-야 총무회담과 같은 협상창구를 통하지 않고 국회의장이 운영위와「협의」해서 의사일정을 정하고▲그 동안 융통성 있게 회의를 진행했던 본회의와 상임위를 국회법대로 운영하며 ▲결론은 다수결원리대로 하겠다는 생각이다.

<"위기설과 개회상관 없다">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된 데 대해『야당의 웅변 장으로 국회를 만들 수는 없다』(박철 공화당 부총무), 『소수가 다수 위에 군림하는 소수왕국은 있어서는 안 된다』(김유탁 공화당정책위 부의장), 『야당의 농성사태나 이 때문에 여당이 날치기를 하는 일이 없어지고 유신국회답게 법에 따른 운영을 하자는 것』(이종식 유정회 대변인)이라고 비슷한 기조의 설명들을 하고 있다. 박대통령은 연석회의에서『지금까지 4월이면 위기다, 뭐다 해서 국회여는 것을 ,회피해 왔는데 사회문제나 학생문제가 국회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원내간부들을 힐책하고 법정기일(정기국회 90일·임시국회 60일)이상 열 필요가 있을 때는 대통령의 소집 권까지 행사해 주겠다고 했다.
지시를 듣고 난 뒤 김용태 공화당 총무가『행정부의 각료들도「연구·검토해 보겠다」는 식의 판에 박은 듯한 국회 답변방식을 고쳐야한다』고 말하자 박대통령은『장관들이 방송국에 가서 소관문제를 설명하는 것만을 능사로 삼지 말고 정작 국민에게 보고해야 할 장소는 국회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국회에서의 성실한 답변을 당부.

<"야당제동의 벽 뚫을 터">
새로운 국회 상을 정립하자는 얘기는 지난번 국민투표 직후부터 여당 간부들에 의해 본격화됐다.
국민투표가 끝난 후에도 야당과 재야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시국수습책을 심각히 논의하던 여당 사람들은 모든 정치바람을 국회 안으로 몰아 넣어 그 안에서 연소시키자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국회 소집 논에 대한 반론도 없지는 않았다는 것. 야당이 국회 안에서 극렬한 정치공세를 펴면 오히려 잠자는 민심을 선동하는 자극제가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국회 기피논의 근거.
이에 대해 소집 논은 새 국회법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야당의 공세를 봉쇄하면 별로 큰 위험부담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 결국 모처럼 마련된 법 제도를 이제부터 제대로 활용해보자는 결론이 나왔다는 뒷 얘기다.
뒤이어 임시국회 소집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하자 여당 측은 총무회담 아닌 여-야 당직자회의를 갖자고 했다. 당직자회의는 끝내 빛을 못보고 여당 간부들이 야당중진들을「맨·투·맨」식으로 접촉하는 것으로 대체되었지만 이것도 구체적인 문제해결보다는 국회운영의 방향전환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주목적이 있었다는 것.
『지금까지는 같은 의원으로 인정사정에 얽혀 야당과 맺고 끊는 일을 못해왔다』(민병권 유정회 총무)는 설명에서 비쳐지는 것처럼 다수결 국회의 앞날은『야당이 등원을 않더라도 국회를 단독으로 운영한다』(이도선 유정회 부 총무), 『의사방해를 하거나 난동을 부리는 등의 행위는 법에 따라 의원직박탈을 포함한 강력한 징계를 하겠다』(김용태 공화당총무),『경고·발언금지·퇴장 등 의장권한을 법대로 활용하겠다』는 등 야당제동의 벽을 뚫어 일 방 대로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야당은 쉽사리 승복하지 않을 태세. 김형일 신민당 총무는『국회를 해산시켜 놓고 힘으로 만든 모순 투성이의 국회법을 무턱대고 존중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소수의 복종만을 강요하는 일방 통행 식의 운영은 다수의 횡포』라고 규탄했다.

<"수만 따지면 국회는 죽어">
그래서『여당이 수로만 들고 나으면 국회는 죽기 아니면 살기만이 된다』(이민우 의원), 『3분의1을 지명해 놓고 다수결을 찾는다면 국민이 납득을 못한다』(이택돈 의원),『지난번 선거 때 공화·신민 득표 율이 38대 36% 이었는데도 다수결만 따지면 야당은 국회해산도 주장할 수 있다』는 등으로 반발하는 것 같다.

<이젠 막후접촉 절대 안 해>
국회의 새로운 운영방식에 대한 여야총무들의 구상을 보면-.
▲김용태(공화)=야당 사람들과 식사나 술을 같이하는 것은 모르되 막후접촉이나 협상 같은 것은 하지 않겠다. 모든 의견은 공식회의에서만 개진되도록 해야한다. 법을 만든 사람이 먼저 법을 지키도록 질서를 세워 나가야겠다.
본회의란 가부결정이나 하는 곳인데 거기서 장광설을 일삼는 타성은 시정돼야 한다. 이제부터는 여당의원들도 본회의 발언을 통해 선전효과를 노리고 속기록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의 행위는 없도록 할 것이다. 따라서 소장의원들의 발언경쟁을 막고 본회의에는 중진급을 내세워 당의 입장을 밝히도록 하겠다.
▲민병권(유정)=상임위 중심 제와 총무회담 등 여야협상의 지양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해야겠다.
본회의 발언은 각 교섭단체의 대표발언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의원의 발언이란 본회의 발언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여야협상을 방해한 중요한 원인이기도 했다. 또 총무회담은 새 국회법에 없는 것인데도 지금까지 여야의 원만한 협조를 위해 탈법적으로 활용해 왔으나 국회운영을 비생산적인 것으로 만든 큰 요인이었다"
종래의 타성을 씻어 나가는 것이 유신국회의 목적이라면 그 타성과의 대결 등 몇 차례의 험준한 산을 넘어 가는 것쯤은 각오해야 한다.
▲김형일(신민)=이런 식이라면 야당의견은 반영될 틈이 없다 .모순된「룰」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그 동안 타협으로 운영해 왔는데 이제 타협이 없어진다면 부조리를 더욱 심화하는 것이다.
야당으로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계획이다. 의사일정도 운영위에서 다수결로 일방처리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장이 운영위와「협의」케 되어 있는 점을 살려 의장에게 야당 안을 최대한 반영시키도록 요구하겠다. 소수가 다수에 밀려나게 되면 등원자체가 무의미하다. 등원을. 하더라도 최대한의 원내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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