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케이블·전선·공원 수도꼭지·방범 등·맨홀뚜껑 등|공용시설물 좀도둑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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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시민들이 다 함께 이용하는 공용시설물을 전문으로 훔쳐 가는 얌치도둑이 부쩍 늘고 있다. 공용시설물 전문절도범들이 절취대상으로 삼는 대상물 가운데는「맨홀」뚜껑·방범 등·전화「케이블」·전선·교통표지판·휴지통·공원수도꼭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거나 생명까지 좌우하는 긴요한 물건들이 대부분. 이 같은 공용시설물은 시설할 때는 많은 돈을 들인데 비해 훔친 물건으로 팔 때는 고작 몇 백원씩밖에 받지 못하는데도 개인의 재물보다 감시가 소홀한 틈을 노려 곳곳에서 도난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공용시설물 가운데 가장 도난 율이 높으면서도 많은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전차 「케이블」과 전선.
한전집계에 따르면 전선도난사건은 지난해 3·4분기 3개월간만도 전국적으로 5백49건이 발생, 1천3백 만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
전차「케이블」절취 범들은 한낮에도 버젓이 전신전화고장수리 차를 위장한「트럭」을 길 가운데 세워 놓고「고장수리 중」이라는 팻말까지 세운 뒤「맨홀」안의 「케이블」을 잘라 가기도 한다.
지난 연초 서울관악구봉천동 남서울 우체국 앞「맨홀」에서 절취 범들이「케이블」5m(시가 12만원)를 잘 라가 노량진전화국 관내 전화 3천여 대가 28시간동안 불통된 일까지 있었다.
전선은 지난해 12월28일 충북 청원군 강외면 동평리에서 변압기 위의 전선을 절취하려던 김복길씨(28)가 감전, 10m아래로 떨어져 죽는 등 1년 동안 4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어 절취 범 자신에게까지 피해를 주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494앞 전선가운데 절연역할을 하는 중성선 50m(시가 1만3천 원)가 도난 당하면서 인근 가정에 2백「볼트」가 공급돼 10여 가구의 TV와 양수「모터」가 모두 파손, 30여 만원의 피해를 냈다.
한전에 의하면 전선절취로 가정과 공장은 물론, 작전중인 군대 통신과 수술중인 병원에까지 불의의 큰 위험을 안겨 준다는 것.
서울시의 경우「맨홀」뚜껑·방범 등·교통표지판·휴지통·수도꼭지 등 이 쉴 사이 없이 도난 당해 보수공사로 큰 골치를 앓고 있다. 서울시는 당초 「맨홀」뚜껑을 모두 철제로 만들었으나 도 범 들이 잇달아 뽑 아가 쇠고리를 장치, 뚜껑을 고정시켰었다. 그러나 이 쇠고리까지 끊고 훔쳐 가는 바람에 2년 전에 모두「시멘트」제로 바꾸었다.
창경원 음료수대의 경우 71년에 16개이던 수도꼭지가 모두 도난 당해 최근에는 아예 「콘크리트」음료수대를 만들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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