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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실 못하는 대학도서관-서울대 새 도서관을 통해본 각 대학의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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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4면

대학교 도서관은 공부 및 학교 경영자의 인식부족과 예산부족으로 학생들의 자습이나 시험준비를 위한 장소로 밖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동양최대의 대학도서관」이라는 서울대학교 부속도서관의 개관을 통해 학교도서관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알아본다.
관악「캠퍼스」에 새로 건립된 서울대학교 부속도서관은 6층 건물로 약8천3백50평. 1, 2층은 규장각도서관이 차지하고 3층부터 6층까지가 일반도서관이다.
열람석은 학부학생을 위한 3천여석, 대학원 학생을 위한 8백석, 교수를 위한 특별 개실이 70개이며 별도로 참고 및 잡지열람실에 1백석이 마련되고 끽연 「라운지」에도 약80명이 앉아서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가 제공될 예정이다.
서고 「스페이스」는 규장각 도서관만 20만권을 보유할 수 있고 일반도서관이 1백20만권 정도까지 충분히 소장할 수 있다.
외관상으로는 새 「캠퍼스」안의 모든 시설로부터 걸어서 5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중심위치에 자리잡은 가장 큰 건물로 조명과 냉난방장치를 비롯, 각종 현대적인 시설과 장비를 갖추어 국제적인 수준에서 손색이 없는 훌륭한 대학도서관으로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설 면에서 동양 최대라는 이 도서관도 우리나라의 대학도서관들이 풀어야 할 기본적인 문제점들을 그대로 안고 있어 학생들에게 공부할 자리를 제공하는 구실밖에 못할 전망이다.
도서관은 자료·시설·직원을 3요소로 하여 구성된다. 특히 대학도서관은 교수와 학생들의 지식의 탐구와 창조적 연구를 돕기 위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수집,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서울대학교 부속도서관의 75년도 국고예산에서의 도서 구입비는 불과 4천1백만원 정도.
국고이외에 학생 도서비로 나오는 약2천3백만원 정도의 별도예산을 합쳐도 6천4백만 원정도 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속에서 제본 비·임시직원 채용 비·도서관안내 목록비 등까지 쓰고 남는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책은 1년에 1만여종씩 쏟아져 나오는 외국학술잡지 중의 약1할 정도 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 각 대학 도서관의 장서량을 보면 서울대가 약93만권 연대가 약32만권, 이대가 약25만권이나 질적인 면에서 약 반수는 폐기처분 해야될 것으로 지적된다.
도서관은 낡은 쓰레기창고가 아니므로 쓸모 없는 도서는 없애버리는 것이 오히려 학문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미국 「예일대학교의 1년간 도서 구입비는 1백70만「달러」(한화 약8억5천만원)이고 2류 종합대학이 60만∼1백만「달러」라고 한다.
일본 동경대학의 71년도 도서 및 자료비 예산은 4억5천만「엥」으로서 서울대학의 약10배나 된다.
이에 비하면 12만「달러」정도에 불과한 서울대학교의 도서구입비가 얼마나 적은지, 그로 인한 도서 수는 얼마나 보잘 것이 없는지 곧 알 수 있다.
등록금이 엄청나게 비싼 사립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연대의 도서관 예산이 7천만원 정도로 가장 많은 편이고 이대는 3천만원 밖에 안 된다.
이 때문에 교수들은 볼게 없어 도서관 출입이 멀어지고 학생들은 자기 책을 가지고 와 고시공부나 하기 때문에 대학교의 면학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있다.
도서 구입비 이상으로 큰 문제는 유능한 사서직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계의 정보를 정확 신속하게 알아서 수집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서비스」하는 사서직원을 흔히 책꽂이에 있는 책이나 뽑아주는 사환정도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대우가 나빠 유능한 직원이 이직하는 율이 많아 기존 도서관도 제대로 이용 못하는 실정이다.
『현대의 진정한 대학은 도서관』이라고 「카라일」이 말했듯이 대학의 도서관은 한 부속기관이 아니라 학문연구의 중심기관이어야 한다. <김종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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