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갈림길서 68시간 상주 계림광업소 매몰 세 광부 극적 구출 상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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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하나님, 살려만 주십시오」라는 기도를 계속하며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68시간만에 굴을 나와 재생의 기쁨을 맛본 기독교신자인 구상준씨(20)는 죽음의 공포와의 사투 경위들 이같이 말했다.
지난 24일 하오2시30분쯤 경북 상주군 공검면 하흘2리 계림광업소(대표 김창근) 제8갱도 8m가 무너져 지하80m 막장에 갇혔던 우용식(21) 노채하(22)씨 등 3명은 68시간만인 27일 상오10시30분쯤 구조반에 의해 구출되자 구조된 순간이 믿어지지 않는 듯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한 채 눈물만 홀리고 있었다.
사고가 일어난 갱도는 수명으로 77m를 파들어 간 다음 수직으로 8m가량 다시 위로 파올라 간 지점.
보안시설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 후면과 앞 석층이 무너져내려 수직 갱구를 메워 작업 중이던 3명은 수직 갱구 상단부 옆부분에 갇힌 것. 이들이 갇혀있던 곳은 폭2m, 높이 1m의 좁은 공간으로 몸을 쪼그리고 앉아 있어야만 했다.
『계속 들려오는 곡괭이 소리를 들으며 구출될 줄은 알았으나 「간데라」등불마저 꺼져버리고 심한 갈증을 느끼며 호흡이 가빠지자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습니다.』 구출된 후 상주「호산나」병원에 입원한 우씨는 악몽 같았던 갱 속에서의 3일간을 이같이 되새겼다.
25일 상오3시쯤 곡괭이질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여기 살아있다』고 한껏 목청을 돋우어 소리쳤으나 전달되지 않은 듯 한동안 곡괭이 소리가 끊겼다. 원래 설계도마저 없는 이곳에서의 구조작업은 어림짐작으로 파들어 간 것이어서 25일 새벽에는 흙더미가 무너져 구조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26일 밤부터 추위를 느끼면서 호흡 곤란과 심한 시장기를 느끼자 이들은 서로 꼬집으면서 잠을 참았다.
27일 상오1시30분쯤 구조반과 대화가 되면서부터 노씨가 자주 의식을 잃으려는 듯 쓰러지자 구·우씨는 『바다가 육지라면!』노래를 부르며 노씨를 격려했다는 것.
갇혀있는 동안 동료 광부들과 부모님께 가장 미안했으며 특히 『대폿집 외상값을 갚지 못하고 죽는 줄 알았다』고 웃기도 했다.
이들의 구조 작업은 이들이 갇혀있던 지점의 수직갱과 평행으로 앞부분에 다시 수직갱을 뚫어 성공했다.
68시간만에 다시 살아난 이들은 건강에는 별 이상이 없었고 『퇴원하는 대로 동료 광부들에게 보답하는 뜻으로 다시 갱내에 들어가겠다』며 조용히 웃었다.【상주=박상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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