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장 추대에 눈치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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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한탁구협회는 지난 24일 김창원 회장이 사임을 발표한 후 새로운 회장을 뽑을 3월8일의 정기대의원총회를 1주일 앞두고도 새 회장 추대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의혹을 사고 있다. 대한탁구협회가 이같이 새로운 회장 추대에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은 김창원 회장의 진의(?)를 파악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창원 탁구협회장은 지난 24일 인도「캘커타」세계탁구선수권대회 한국 대표 선수단이 국무총리 예방을 3시간 반 앞둔 상오 11시반 대한체육회 강당에서 돌연 자청 기자 회견을 갖고 8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온 탁구협 회장직을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김 회장의 사임발표는 탁구인들에게는 갑작스런 선언이 아니었고 국제「스포츠」외교의 실패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었다. 그것은 김 회장이 『국제무대에서의 고립화를 새로운 인사로 타개하기 위해 물러난다』고 사임이유를 밝힌 것처럼 김 회장의 탁구협회장 사임은 당연한 귀결이었던 것이다.
김 회장은 71년 제31회 「나고야」 세계 선수권 대회 이후 이른바 「핑퐁」외교로 등장한 중공의 「스포츠」외교에 둔감, 끝내 한국 탁구를 「아시아」의 고아로 떨어뜨린 결정적 실패를 범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김 회장은 그 동안 한국 탁구의 「아시아」고립화를 탈피하기 위해 국가보조금까지 얻어 「인도네시아」「아시아」탁구 선수권 대회까지 개최하는 등 외교적 돌파구를 노렸으나 오히려 중공·일본·북한에 역습 당해 세계 연맹에서까지 중공·일본·북한이 주축이 된 「아시아」탁구연합을 인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김 회장은 이 책임을 통감, 그 동안 측근에게 회장직 사퇴를 비쳐오다가 기자 회견을 자청, 사임을 발표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한탁구협회 일부 대의원들은 김 회장이 사퇴를 공식으로 표명했지만 정부 고위층의 만류가 있었다는 설이 있어 어떻게 김 회장이 처신하느냐를 주시하면서 새로운 회장 추대를 못하고 당황에 빠져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 회장의 퇴임을 받아들여 새로운 한국 탁구 무대의 활로를 찾아야하는 것은 당연한 현실이 됐다.
특히 탁구계 일부에서는 김 회장이 며칠전 별안간 탁구협회에 2백만원을 희사했다는 보도가 일부 지상에 나왔지만 협회에는 도착치 않았다는 것 등 김 회장 사임에 개운찮은 뒷맛이 있다고 씁쓸해하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계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앞에 사의를 밝힌 김 회장은 용퇴해야 하며 탁구협회는 하루빨리 새 회장을 추대하여 국제무대의 변천에 대처해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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