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남하 막으려 동부전선 '새 잡이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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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5일 강원도 고성 동부전선 접경지대에는 난데없는 새잡이 작전이 펼쳐졌다.

농림부와 환경부.국방부 합동으로 짜인 전문팀이 휴전선 인근의 조류를 포획하느라 하루종일 진땀을 흘린 것이다. 정부가 합동대책반까지 투입해 새잡이에 나선 것은 최근 북한지역에서 발생한 조류독감 때문이다. 남한 확산을 막으려 4일부터 야생조류 감시 활동을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2인 1조로 이뤄진 3개팀은 경기도 파주의 도라산역과 강원도 고성.철원에서 보름간 활동한다. 수의과학검역원 수의사와 환경연구원 전문가도 포함됐다. 이들은 휴전선 인접 지역에서 새를 산 채로 잡거나 죽은 새를 수거해 조류독감 감염 여부를 탐지하는 임무를 맡았다. 문제는 접경 지역이라 총을 쏠 수 없다는 점. 그물에만 의존하다 보니 '종류 불문하고 가능한 한 많은 새를 잡자'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한 관계자는 "그물로 새를 잡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며 "조류 포획에 노하우가 많은 환경연구원 측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잡은 새는 경기도 안양의 수의과학검역원으로 보내 검사한다. 부검 전 혈청검사를 하고 분뇨 시료까지 채취해 조사한다. 감염이 의심되면 바이러스를 분리해 어느 종류인지 판별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북한 땅을 다녀오는 금강산 관광객과 개성공단 근무인력에 대해서도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북한 당국이 조류독감이 발생했다고 시인한 이후 금강산 현지식당에서는 닭.꿩고기와 알 요리가 사라졌다. 평양냉면에도 계란은 빠진 채 나온다. 냉면 육수는 쇠고기로 우려내도록 했다. 개성공단 식당에서도 닭고기 요리를 없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통일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질병관리본부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금강산 현지에 파견해 온정각 등 남측이 운영하는 식당을 검사했다. 그러나 목란관 등 북측 지역 식당은 북한 당국의 거부로 무산됐다. 북측은 "매달 정기 위생검사를 하는 데다 분기에 한 번 평양에서 위생점검을 나온다"고 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조류독감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달 29일 남측의 조류독감 방역지원 제의에도 6일까지 답이 없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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