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호텔」의「안간힘 경기」각종「파티」유치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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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불경기에 허덕이던 「호텔」에 각급 학교의 졸업을 앞두고 사은회 등 각종 「파티」의 유치작전으로 이상경기가 한창이다. 졸업「시즌」을 맞은 요즈음 각 「호텔」에는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사은회가 한참이나 2∼3년 전 까지만 해도 불고기에 소주를 곁들이거나 중국음식점에서 소박하게 베풀어지던 대학가의 사은회와는 달리 요즘은 「호텔」의 「스카이라운지」나 「그릴」등에서 「칵테일·파티」까지 곁들여 화려하고 사치스런 잔치로 바뀌어 크게 유행이다. 이에 따라 「호텔」측은 학교마다의「파티」유치에 안간힘.
「호텔」사은회는 이제까지 대중음식점 등에서 베풀어지던 방석 식 사은회와는 달리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와 격식을 차릴 수 있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
서울종로구 S「호텔」의 경우 지난 연말 90여건의 대학교사은회를 치렀고 2월말에 20여건의 주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구 S「호텔」의 경우도 작년연말에 90여건을 치렀다.
「호텔」사은회 비용은 1인당 평균 1천5백∼2천1박50원. 50명이 참가하면 7만5천∼10만7천5백원의 기본비용이 든다.
여기에 술값을 합하면 10만∼20만원이 드는 셈.
「호텔」사은회는 사은회를 베푸는 학생들의 처지로는 지나치게 호화판이라는 비판이 따르지만 「호텔」측은 불황타개책의 하나로 특수조명과 시설로 분위기를 살리고 사은회를 위한 특별「메뉴」까지 마련, 「서비스」를 하는 데다 각대학교 과대의원 앞으로 안내서까지 보내 사은회 유치작전에 열을 올리고 있어 대학가에서는 크게 성행하고 있다.
S「호텔」「스카이라운지」에서 사은회를 베풀었던 S대미대대의원 민영주 양(23)은『재학시절 교수님들을 기쁘게 해 드릴 기회가 없어 대의원회의 결정에 의해 마지막으로 좀 과한 듯하지만 「호텔」에서 사은회를 갖게 됐다고 말하고 정중하면서도 조용히 은사를 모실 수 있는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호텔」사은회를 맞는 교수들은 부담감을 감추지 못하는 듯.
서울대미대 문학진 교수(49)는 『불고기 「파티」로 왁자지껄하던 옛날의 사은회와 비교할 때 금석지감이 든다』면서 조용하고 엄숙한 마음이 있어 이런 대로 좋지만 화려한 것 같아 못마땅하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3년 김성수군(26)은 『교수님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학교를 떠나는 마당에 성대하게 사은회를 베푸는 것은 좋지만 요즘같이 절약이 요청되는 때에 시류에 맞지 않게 사치스럽다』고 반대의사를 말했다.
이 군은 막걸리「파티」식의 사은회를 할 수는 없지만 교수회관 등을 이용, 조촐한 사은회를 얼마든지 마련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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