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의의와 성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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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편집자주>중앙선관위가 투표계몽을 위해 의뢰 안데 따라 손제석(서울대) 안희수(경기대)두 교수의 대책을 마련했다. 국민투표 법은 언론기관이 계몽의뢰를 받았을 때 우선 보도하도록 규정하고있다(경칭생략).
▲손제석=이번 국민투표는 그 동안 유신헌법을 돌러 싸고 찬·반 양론이 전개돼 국론분열을 빚어냈고 이런 상태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곤란하겠다. 판단한 정부가 헌법문제를 둘러싼 논의를 하루빨리 수습하자는 것이지요.
▲안희수=국제정치의 불안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 북괴가 남침의 기회를 노리고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국론분열 행위가 있으니 이런 상태를 위기로 보느냐, 위기로 보지 않느냐의 판가름을 위해 투표를 하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손=이번 국민투표의 중요한 성격은 비단 현행 헌법에 대한 찬·반뿐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라는 점이예요.
국력의 집결과 능률화·강력 정치를 규정한 현행 규법의 유지발전이 옳으냐, 아니면 정상적인 상황하의 민주국가처럼 완전에 가까운 자유와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느냐 하는 쟁점을 놓고 국민의 의사를 묻는 것입니다. 정부는 남북의 분단과 북한의 폭력혁명 노선 때문에 후자처럼은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안=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념이 있지만 그것을 실시하는데는 일정한 룰이 없는 것 같아요.
민주주의의 모국이라는 영국에서도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집권자에게 독재적이라 할만큼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읍니다. 영국국민들은 1차 대전 때 로이드· 조지 에게, 2차 대전 때는 처칠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었지요. 그 한 예가 1920년에 제정, 실시한 긴급권법입니다.
▲손=우리가 처해있는 지금의 상황이 위기냐 아니냐 하는 견해차가 여야와 국민일부에 있는 것 같아요. 북괴가 적화통일정책을 견지하는 이상 북괴로부터의 위협은 항상 존재한다고 나는 봅니다. 다만 저들이 언제 무력행사를 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 즉 국론분열과 사회혼란·경제불황 등 소위 간접 침투의 기회를 얼마만큼 주느냐에 달려있겠지요.
▲안=위기라고 하는게 순간적인 것이 아닌 것 같아요. 비상사태와 평화상태는 구분이 안되더군요. 위기의 연속이 평상사태이고, 평상사태의 연속이 바로 위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면과는 달리 법 자체에 대한 문젯점도 대두되고 있는데 손 교수 생각은 어떻습니까? ▲손=현행 헌법에 대한 찬·반 운동금지와 투·개표 과정에 정당인 이 참관 못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그 입법취지는 국가의 수요정책은 국민이 이미 아는 사실인 만큼 공고 후 투표일까지는 국민이 조용히 이미 부각된 쟁점을 판단해서 스스로 의사표시만 하면 된다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지요.
입장에 따라서는 시비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투표가 이미 공고된 만큼 그대로 실시하고 앞으로 문젯점이 있으면 고칠 기회가 생기지 않겠어요?
▲안=미국에서 헌법을 처음 만들 때 가장 두려워 한 것이 선동정치가가 나와서 민주주의를 오도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읍니다. 국민들은 조용히 자기 양심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해야겠지요.
▲손=선관위에서 정당이 추천하는 비 정당인 을 투표참관인으로 받겠다고 한 조처는 법의 운용 면에서 문젯점을 보완한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안=어렇든 민주주의는 국민주권이 기본이므로 국민들은 주권을 포기하지 말아야겠어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바로 자유와 권리로부터의 도피이기 때문입니다. 거부운동을 한다면 지금까지 헌법을 개정하자는 것과 모순되어 자가당착에 빠집니다.
▲손=물론 유권자들은 거부할 자유가 있읍니다. 그러나 이번 국민투표의 실시동기가 분열된 국론을 수습하겠다는 것이므로 난국 타개를 위해 국민들 모두가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어느 집권자치고 야당이 물러가라고 해서 선뜻 물러날 사람은 정치세계에는 없읍니다.
▲안=국민투표를 실시하기도 전에 어떤 결론을 상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스위스 같은 데서는 여성참정권에 관한 국민투표가 여러 번 부결된 일이 있읍니다. 남자들이 다 반대했는지는 몰라도…
▲송=이번 국민투표에서는 선관위나 정부가 투표를 공정히 관리해서 후유증을 만들지 말아야지요.
국민이 어느 정도 정치의식과 교육을 갖춰 현명하게 투표에 임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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