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들의 신년사를 통해 본 `75 대학의 소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해도 격동과 시련과 수난으로 점철됐던 대학은 새해를 맞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것처럼 밝지만은 못할 것 같다. 그럼에도 대학에서는 새로운 다짐을 거듭해 종래 『교육은 있어도 스승은 없으며 학생은 있어도 제자는 없다』는 오늘의 불신으로 가득찬 대학 현실을 바로잡고, 대학의 대업과 발전을 위한 전진을 계속해야겠다는 대학인의 의지가 각 대학 총장들의 신년사를 통해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
4·19 이후 계속돼 오는 학원 사태, 휴강과 임시 방학, 지난해 일부 대학의 총장 사퇴 요구로부터 비롯된 대학 민주화 개혁의 진통 등 갖가지 고난이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캠퍼스」가 대학의 사명을 새삼 의미하면서 부르짖는 새해의 소망 등을 들어본다.

<「연세학파」의 형성 적극적으로 추진>박대선 연세대 총장
지나온 1년간의 회고 속에서 엄청난 시련과 수난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교수와 학생이 구속된 수난은 가장 큰 불운이었다.
이제 을묘 새해를 맞아 새로운 자세와 자각으로 새로운 의미를 찾아야겠다.
올해는 학내외적으로 혁구취신을 이룩하는 의미 있는 한해가 돼야겠다. 대내적으로는 교내 연구소의 통합 문제, 대학의 합리적 재편, 장학 제도의 개선, 교수 평의회, 소청 위원회 구성 문제 등을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해야겠다. 다음으로는 연세 창립 90주년 기념 사업의 하나로 설정한 연세 전통과 학적 권위를 근간으로 하는 연세학파의 형성 문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

<민족의 자유, 정의, 진리 수호에 앞장>김상협 고려대 총장
새해에도 격동과 혼돈의 시련 속에서 방황하는 민족의 앞길에 밝은 빛을 밝혀 줄 우리의 민족적 사명과 역사적 책무를 다하기 위하여 배전의 분발이 있어야겠다. 민족의 자유, 민족의 정의, 민족의 진리를 지키는 우리의 신념과 정열은 끊임없이 불타 올라야 하며 이 지향목표는 시대와 환경이 어떻게 바뀌고 격동을 거듭한다 할지라도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다.
우리의 친화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 이 땅의 불신 풍토를 정화하고 불도의 두터운 빙벽을 용해하는데 전범이 되고 앞장을 서야겠다. 갈수록 싸늘하게 냉화되고 경화되고 있는 이 불신과 부도의 장벽이 해소되지 않고는 이 민족의 어떠한 총화나 단결도 결국은 허구·허상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상호 신뢰로 시련과 고난 극복토록>현승종 성균관대 총장
올해는 지난해 호랑이가 흔들어서 다져놓은 터전 위를 토끼처럼 달려야 한다. 학생이라고 현실에 전혀 둔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한계를 지켜, 비관으로 그쳐야 하며 자기 힘으로 어떤 결론을 구체화하려 해서는 안 된다.
미래인으로서의 학생이 현실에만 뛰어들다 연마를 게을리하고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체 사회에 진출하게 됐을 때의 불행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실력의 미비에서 오는 후배들로부터의 지탄과 공격, 그 후배 학생이 사회인이 되었을 때 또다시 후진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며 이 사회의 혼란은 그칠 날이 없게 될 것이다.
올해에도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많은 난제와 시련에 직면할 것이 예상된다. 우리가 대학인이라고 해서 이 같은 어려움을 대안의 불로만 보아 넘길 수는 없다. 모두 우리의 난제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호 신뢰의 평화경이 이룩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성균관 가족이 믿음의 마당을 마련 모범을 보여야겠다.

<교지 확장, 가정대 신축이 최대 과제>김경수 숙명여대 총장
효창 국민학교 매입에 의한 교지의 확장, 가정대학의 신축 등으로 향상 일로인 숙대 발전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 남이 무엇을 하든, 또 주위 상황이 어떻든 『우리의 공동 사회인 숙대 발전』에 계속 우선 순위를 두고 모든 힘을 기울여 보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