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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의 범행, 그 나라서 처벌받아도 현지서 검거압송 엄단키로|치안본부, 국제법 저촉 안되는 범위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치안본부는 16일 내국인이 외국에서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 그 나라 법에 따라 처벌받았을 지라도 국내법에 따라 범인을 검거, 대소를 막론하고 엄격히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순구 치안본부 형사과장은 지금까지는 외국에서 처벌받은 범인에 대해서는 국내에 들어와도 흐지부지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앞으로는 국제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범인을 범행현지에서 검거, 엄벌키로 했다고 말하고 이에 따라 북대서양 공해상에서 조업 중 동료선원을 살해한 천신사(서울 중구 을지로2가 199의15) 소속원양어선 「팔페라」 22호 선원 정태근씨(26·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282)를 형사대를 현지에 보내 압송, 살인혐의로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공해상에서 범한 범죄인이 우리 경찰에 의해 압송된 것은 지난해 7월8일 동료선원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스페인」령 「라스팔마스」에서 검거, 「스페인」당국으로부터 압송한 남성21호 선원 이경치씨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다.
구속된 살인범 정태근씨는 지난해 11월26일 상오 6시30분쯤 북대서양에서 참치잡이를 끝내고 「스페인」령 「페네리테」항으로 입항도중 북위14도28분, 서경20도25분 공해상에서 동료 선원 이지일씨(33)와 당직근무교대문제로 싸움을 벌이던 중 선박 식당에서 길이 35㎝ 가량의 식칼을 들고 나와 이씨의 오른쪽 가슴을 찔러 즉사케 했었다.
치안본부는 이현경 경감 등 경찰관 2명을 지난해 12월30일 「스페인」으로 파견, 「스페인」경찰이 보호중인 정씨를 인도 받아 압송해 왔었다.
치안본부의 이 같은 방침은 형법 제3조(본법은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죄를 범한 국내인에게 적용한다)의 규정에 근거를 둔 것이나 공해상에서 범행이 이루어진 뒤 선박이나 항공기가 타국의 항만 또는 영해 안으로 장소를 옮겼을 경우 관할국에서 범인인도에 협조하지 않거나 인도를 거부할 경우, 국제법상 커다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해설>
공해상에서 일어난 선상반란 등 범죄행위는 사고선박이 타국의 항만에 정박하거나 또는 영해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범인에 대한관할권은 법인의 소속국과 타국이 경합된다.
그러나 ▲같은 내국인끼리 사이에 범죄가 일어났고 ▲발생장소가 공해상 이었고 ▲범죄행위가 정치적·종교적인 것이 아니고 살인·강도·사기 등 파렴치한 것일 때는 타국도 범인소속나라 사법권의 행사를 구태여 거부할 필요는 없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
다만 상대국은 범행장소가 자국 관할권 안으로 옮겨졌고 범인신병이 자국 영토 안에 있다는 점에서 영토주권을 내세워 영토 안의 일체 범법행위에 관할권을 주장할 수 있다.
이번 사건과 같이 원양어선에서 일어난 선상반란 등은 앞으로도 양국의 협조 내지 묵인 하에서 범인 인도 등이 이루어질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는 양국간에 범인 인도협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형사대가 현지에 출장, 검거 압송해오는 것은 불법적인 일이다.
범인 인도협정이나 상대국의 양해 없이 범인을 검거, 압송해오는 경우는 상대국의 주권 침해 등 자칫하면 중대사태를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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