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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소 각축 속에 뛰어든 중공|영 국제 전략 문제 연구소 「헌트」 부소장 동북 「아시아」 정세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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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중·소 등 4대 강국들간의 세력 균형 문제는 한국의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요소의 하나일 뿐 아니라 국제 전략 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뜻을 갖는다. 다음은 극동 문제에 관한 기계의 권위인 「브리가디어·케네드·헌트」 영국 국제 전략 문제 연구소 부소장과 국제 전략 문제 연구소에서 연구중인 김주봉씨가 KBS의 요청에 의해 대담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63년 임피어리얼 국방 대학에서 유럽 동맹 문제와 군사 전략 문제를 연구한 헌트씨는 64년3월∼66년8월까지 나토 영국 대표단 부단장을 지낸바 있고 67년9월 준장으로 예편한 후 현재까지 영국 국제 전략 문제 연구소 부소장직을 맡고 있다. <편집자 주>
김주봉=동북 「아시아」 지역에 새로이 정립되고 있는 힘의 균형 문제를 평가함에 있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최소한 4가지 중요한 문제점을 규명해야 되리라고 본다.
첫째는, 점증하고 있는 중공의 군사력, 특히 핵 무력에 의해 야기되고 있는 위협이고 둘째로, 소련의 대동 「아시아」 정책, 세째는, 앞으로 일본이 나아가고자 하는 외교 및 군사적 정책 노선의 문제. 그리고 끝으로 「아시아」에 있어서의 미국의 군사적 임무의 문제라고 보는데 귀하의 견해는.

<중공, 소 겨냥 icbm 개발>
헌트=내가 보기에 소련은 중공의 위협이라고 하는 오래 전부터의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다. 한편 중공도 마찬가지로 소련으로부터 국경 위협을 항상 느끼고 있다. 이래서 중공과 소련의 군사 정책은 그런 선입견 위에서 작성되고 있다. 사태가 이렇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도 중·소의 이런 관계를 염두에 두고 적응해야 한다.
가령 미국의 대소 정책일지라도 그것이 중공에 의해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를 고려해야한다는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입장 또한 마찬가지다. 중·소간의 불안 요소는 모든 징조로 판단하건대 당분간은 양국 간의 적대감이 계속될 것이다.
이것은 국경 분쟁에서 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 문제에서도 그럴 것이다. 따라서 중·소는 여전히 국경선에서 각자의 군대를 주둔시켜 대치할 것으로 생각된다.
양국간의 이러한 적대 의식 때문에 중·소는 미국과의 친선 관계를 앞으로 더욱 고수 내지 발전시키려 할 것이다. 또한 그들은 일본을 상대방의 친구가 되지 않도록 견제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전략 무기 면에서, 그리고 세계 각 지역에서 소련과의 균형을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므로 아시아라는 지역이라고해서 그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혹시 중공의 대소 태도 여하에 따라서 약간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미국이 태평양 지역을 고수하리라고 본다.
김=그럼 세부적인 얘기로 들어가 중공의 위협이란 문제의 성격을 분석해 보고 싶다.
현재 중공의 군 장비·미사일을 포함시켜서 그 군장비가 어느 수준에 이르고 있는지...
헌트=중공은 여러 해 전부터 핵 군사력을 키워 오고 있다. 그들의 핵 개발의 목표는 간단명료하다. 즉 소련에 대한 자기 방어 및 견제 수단을 얻고자 함이다. 소련의 도시들, 그것도 아주 원거리에 있는 도시까지 위협할 수 있고, 그리고 소련의 군대, 나아가서는 동독 주둔 소련군까지를 공격권에 넣어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하에서 중공의 핵무기 개발이 진척돼 오고 있기 때문에 중공이 주력하고 있는 미사일이란 주로 중거리 미사일 아니면 단거리 미사일급에 속하는 것들이다.
내가 보기에 이들 핵무기들은 기술적 우수성이 높은 것 같진 않다. 그리고 현재 중공은 ICBM을 개발 중에 있다. 이것은 소련 영토 전체는 물론 미국 본토까지 사정 거리에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이다.
중공의 군사력은 쌍날의 도끼식이다.
그 한쪽은 핵무기고 다른 한쪽은 소위 인민 전쟁이다. 인민군은 수는 많지만 무장이 빈약해서 지난 수년간 그들은 그 개선에 노력했다.
국경 주둔군은 그대로지만 국경 부근의 몇개 주요 사단은 장비가 개선됐다. 그들은 미사일 발사 기지라든가 초계정이라든가 탱크라든가 하는 것들을 개발 내지 건조해낼 수 있고, 꽤 현대적인 전투기도 생산할 수 있다. 요컨대 진척 속도는 느리지만 군장비가 개선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중공은 일본용 「인질」 못 삼아>
현재의 중공으로서는 소련의 공격 위협을 면할 정도의 무장을 갖추는게 목표라고 하겠다.
김=1967년에 「프랑스」의 전략 연구가인 「앙드레·보프르」 장군은 앞으로 5년 내지 10년 후 중공이 ICBM을 보유하게될 때까지는 일본이나 인도 같은 인접국을 「인질」로서, 그러니까 1950년대에 소련이 유럽을 다루듯이 인질로서 다룰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귀하는 이 견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헌트=그 문제에 관해서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소련이 1950년대 유럽을 미국에 대해서 인질로 이용했던 것은 사실이다.
당시 유럽은 미국의 동맹이었기 때문에 미국에 압력을 넣기 위한 인질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시아」는 반드시 그런 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까도 말했지만 중공은 소련에 대항할 수 있는 무력 신장을 기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인도가 소련의 동맹이 된 관계로 그 한도 안에서 중공은 인도를 위협할 수 있고 또 인도를 소련에 대한 인질로 이용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공이 일본을 인질로 삼을 수 있고 또 위협할 수 있느냐하는 문제는 좀 다르다. 그렇게 한다면 일본을 보다 미국에 접근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설사 중공이 일본을 인질로 삼으려한다 해도 실패로 돌아갈 것이고 오히려 일본의 군국주의를 자극할 뿐일 것이다.
김=미국과 중공의 화해를 가리켜 미국 외교의 빛나는 한 승리라고 말하는데 중공에도 강력한 미군사력과의 대치 상태를 해소시켜주는 이득을 가져다준 것이 아니냐하는 얘기도 자주 듣게 된다.
가까운 장래에 미국과 중공간에 그리고 나아가서 소련과 중공간에 전략적 의미에서의 핵교착 상태가 이루어질 여지가 있다고 보는가?
헌트=중공이 미국과의 군사적 대립·냉전을 종식시켰다는 것은 물론 중요한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공의 화해가 미국의 대 소련 전략을 새로운 차원에서 세울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소 군함 인도양 출현 영향 커>
이것은 또한 중공에 있어서도 대소 전략을 세우는데 유리한 거점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중공으로서는 언제까지고 열강 대열에서 고립되어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강대국과의 냉전과 대립 상태를 해소시키는게 불가피한 상태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공은 우선 소련과의 핵 교착 상태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소련과의 균형이 달성된 후에는 물론 미국과의 균형을 이루려고 또 노력할 것이지만 현재로선 미국은 위협적이 아니니까 당분간은 소련과의 균형 유지가 목표가 될 것이다.
김=서방의 군사 전문가들은 최근 급속히 전개되고 있는 소련 해군의 세계적 진출, 특히 인도양과 대서양에의 진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소련의 동아시아 전략이 어떤 것인지, 특히 소련 해군 진출 현상과 관련해서….
헌트=소련의 해군력 증강은 평화시의 소련이 일찍이 갖지 못했던 영향력을 세계 도처에서 확장시켜주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나라에 소련 군함이 기항한다든가, 소련 선박으로 그 나라에 무기를 수송한다든가 하는 것은 소련의 해군력을 과시하는 것이며 그 지역에 대한 소련의 관심을 표시하는게 된다. 이러한 작전은 때때로 당사국에도 이득을 준다.
소련 군함의 인도양 출현은 바다 그 자체와는 관계가 없지만, 주변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특히 인도양 서쪽 해안의 석유 생산국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 영향력이 중요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소련이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공동의 적으로 하는 「아랍」권을 지원하는 마당에 있어서 인도양의 북서부 해역은 군사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소련은 「아프리카」의 흑인 국가 군에 대한 치열한 열강의 외교 침투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 인도양 연안에 자기의 해군력을 과시하는 면도 없지 않다.
그런데다가 인도양이 전부터 서방 국가의 「호수」인양 생각돼 오던 과거를 소련은 탐탁히 여기질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소련은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인도양이 서방측의 세력권으로 굳어지기 전에 인도양에 자기 존재를 확립시키려는 저의가 있는 것이다.
김=일본의 장래 문제에 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견해가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일본이 조만간, 그가 달성한 최근의 경제력에 상응하는 강대한 군사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군 주한은 일내 기지와 유관>
또 어떤 사람들은 국내외적인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일본은 결코 재무장을 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상당기간 미국의 보호 하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귀하는 이 두 가지 견해 중 어떤 편을 지지하는가?
헌트=나는 후자의 견해에 속한다. 일본이 경제 대국이 됐으니까 재무장할 거라는 생각은 인습적인 판단에서 나온 견해라고 본다. 첫째 정치적으로 일본 국내에서의 재무장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않고 있다.
정치가중에 무장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체적인 경향은 국방비로 보다는 다른 면에 돈을 써주길 바라는 실정이다. 일본인들은 어떤 의미건 위협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질 않다. 그들은 미국의 보호면 충분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런데다가 일본의 생명인 해상 루트를 방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일본은 99%의 에너지원을 비롯해서 자원 수입국이라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매분마다 유조선이 일본에 기항한다. 수천 마일이나 되는 유조선 항로를 어떻게 보호하겠는가.
주변에는 소련이라는 초강대 적국과 중공이 있다. 그러고 보면 미국의 제7함대라는 것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일본은 항해 자유를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일본이 무장할 경우 잠재적인 핵 위협을 감수해야 한다.
일본이 이 모든 난관에도 불구하고 무기를 생산하고 잠수함을 건조해서 재무장을 하자면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본이 현재의 핵 실력을 군사적인 것으로 전환시키려한다 하더라도 그 이전에 이미 타격을 받고 말 것이다.
원자탄 1개만 떨어뜨리면 동경이나 횡빈쯤은 간단히 파괴된다. 일본 인구의 11% 가량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중공 인구의 11%를 파괴하자면 그런 원자탄이 14개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일본이 결코 스스로 재무장하려 들지 않으리라고 본다.
현재 일본이 군사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전개되리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주일 미군 기지 때문에 마찰이 있기는 하지만 일본인들은 주한미군들의 주둔이 자기들에게 이롭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또한 그들은 제7함구의 존재가 자기들에게 이롭다는 것도 잘 안다.
김=그럼 이제 한국과 가장 관련이 깊은 가장 중요한 마지막 문제점을 토의해 보자.
1966년에 「닉슨·독트린」이 발표된 이래 특히 월남에서의 쓰라린 경험 이후에 미국의 「아시아」에서의 기본적 군사 정책은 분명히 변화를 일으켜 오고 있다. 그런데 그 변화의 정확한 성질이 명백히 드러나질 않고 있는데 이 점을 어떻게 보는가?
헌트=그 문제는 미국인들 자신들도 심각하게 연구해 보지 않은 것이지만 이른바 「닉슨·독트린」이라는 것의 성격을 말하자면 그것은 닉슨다운 창조물인 동시에 미국 국민들이 승인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이었다. 월남 전쟁의 실패 때문에 미국인들은 아시아에 있어서의 미국의 지나친 개입을 원치 않고 있다.
따라서 방어 임무는 지역 국가 자신의 책임이며 미국은 원조를 제공한다-그러니까 때로는 해군 또는 공군에 의한 폭격을 해준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이것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육지에서의 자기 임무를 철회해서 태평양상의 미 해군에 넘기는 결과가 된다.
이런 식의 미국 정책 추이는 당사국들에 『자, 이제 미국이 물러간다. 미국이 군사력 지원을 중단하니 어떻게 하면 좋은가!』라는 반응을 주게 된다,
김=일본의 장래 방향과 주한미군의 감축간에 어떤 상관 관계는 없는가?
헌트=일본이 자국내의 미군 기지를 허용하지 않으려 든다면, 미국이 한국에 대하여 현재와 같은 입장을 취하기는 대단히 곤란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태는 개연성이 없다.
김=결론적으로 새로이 정립되고 있는 동아시아에 있어서의 세력 균형의 양상을 어떻게 보는가?
헌트=난 그 패턴이 이미 정립돼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미국과 소련의 지역적인 세력권 균형이 형성돼 있고 여기에 중공이 동등한 세력으로 등장하려 투쟁하고 있고, 일본은 당분간 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듯하다. 이 정도면 균형 양상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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