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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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예심을 거쳐 본심에 넘어온 작품은 30편이었다.
전체적으로 예년에 비해 뚜렷한 수준향상은 보이지 않았으나 모두 그 나름대로의 짜임새는 갖추고 있는 점이 특징이었다. 1차 심사를 통과하여 최종 심사대상이 됐던 작품은『미명』(정향미) 『교수형』(김영배) 『조종』(신상태)『저항아』(마심오)『고허』(이운진)『회복기』(성미혜)『흔들리는 시절』(양귀자) 등 7편이었으며 이중에서 당선작으로 논의된 작품은『미명』『교수형』『조종』『저항아』의 4편이었다.
이중『저항아』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힘은 좋은데 문장과 표현이 거친 약점을 가지고 있었으며『조종』은 깊은 내면의식을 표출하는 강점이 있는 대신 전체적인「플로트」가 약한 흠이 있었다. 결국『미명』과『교수형』의 2편이 남았는데 이 2편중에서『미명』을 당선작으로 택한 것은 구성의 완벽성, 정확한 문장, 묘사의 치밀성 등의 장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물론 그 나름대로의 결합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가령 지나치게 감각적이라든지, 작은 부분까지 예리하게 포착하려고 애쓴 점 같은 것이 흠으로 지적됐지만 이것은 꾸준한 정진으로써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미명』에 비하면 『교수형』은 쉽게 읽힐 수 있는 소설이다. 문장도 비교적 다듬어져 있고「스토리」자체도 무난한 주제로서 부담없이 이끌고 있으나 다소의 통속적인 요소가 눈에 거슬리고 그 때문에 작품 자체로서의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황순원·유주현·염무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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