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층이상 초고층빌딩 안전매뉴얼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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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층(555m) 높이의 제2 롯데월드는 과거와 차원이 다른 안전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현존하는 소방·구조 장비로 접근이 불가능한 데다, 2만5000명이 넘는 상주 인구가 건물을 빠져나오는 데 2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공사 중인 제2 롯데월드 47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47층은 소방차가 지상에서 물을 뿌려도 닿지 않는 높이”라며 “사다리차 작전 반경도 17층 정도가 최대”라고 말했다. 소방관들은 소화기 60개를 직접 들고 불을 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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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19일 초고층빌딩에 대해 안전매뉴얼을 만들어 관리키로 했다. 제2롯데월드 공사장 화재에 이어 지난 17일 발생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건도 안전 대책 마련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는 지난해 노량진 상수도 수몰사건, 양화대교 상판 붕괴 사건을 겪었다. 서울시에 건설된 초고층건물(50층 이상 혹은 200m 이상)은 16개 동이다. 시는 우선 공사 중인 제2 롯데월드의 현장 안전부터 챙기기로 했다. 재난이 발생하기 전, 공사단계부터 안전 노하우를 축적하겠다는 의미다.

2016년 완공이 목표인 이 건물은 현재 62층까지 공사가 진행됐다. 100층 이상 건물은 국내에서 건축(롯데건설)도 처음이고, 승인·관리(서울시)도 처음이다. 제2 롯데월드 건물 무게는 역대 최대인 74만t이다. 서울 인구 1000만 명의 평균 몸무게(성인과 어린이)를 45㎏으로 가정했을 경우 인구 전체(45만t)보다 훨씬 무겁다. 시 관계자는 “모든 게 처음이라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최근 문제가 된 석촌호수 수위 저하가 건물 하중과 관련 있는지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낯선 영역에 대처하기 위해 서울시는 전문가 풀(pool)을 만들기로 했다. 이들은 안전시설·소방·전기·가스 등 공사 전반에 걸쳐 종합적으로 안전을 진단한다. 시는 점검 내용을 바탕으로 백서를 발간하고 다른 건물 건축에 적용한다.

지방자치단체 중엔 25동의 초고층건물이 들어선 부산이 재난 대책을 비교적 잘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 10월 38층짜리 우신골든스위트 아파트 화재가 계기가 됐다. 부산시 안전총괄과 이인구 주무관은 “지난해 초고층소방안전 조례 두 건이 시의회를 통과했고, 이를 바탕으로 9월 해운대에 초고층 화재만 전담하는 센텀119센터가 문을 열었다”며 “국내 최초로 70m 높이의 초대형 굴절사다리차도 구입했다”고 말했다.

초고층건물 재난은 장비론 대응하기 힘들다. 건물 사이로 부는 불규칙한 바람인 와류(渦流)로 인해 헬기 접근도 힘들다. 그래서 초고층건물은 방재의 출발점을 ‘건물 안’으로 설정한다. 일반적으로 화재가 나면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하지만, 초고층에선 엘리베이터를 적극 활용한다. 123층의 제2롯데월드를 계단으로 걸어 탈출하려면 1시간58분이 걸린다고 한다. 건물의 중간중간에 피난층을 만들고, 층간 이동도 계단과 엘리베이터로 이원화하는 이유다. 제2 롯데월드의 안전계획에 따르면 5개의 피난층을 설치하고, 피난 승강기도 별도로 운행한다. 무리한 탈출보다 안전한 곳으로의 대피를 강조한 계획이다.

재난대비 시스템도 달라진다. 서울시는 최근 각 자치구에 초고층건물의 재난시스템을 점검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자치구는 건물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팀(위원회)과, 이를 총체적으로 관리할 리더(총괄재난관리사)가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강인식·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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