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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황금열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사벨라」여왕이 「제노아」의 유능한 항해사 「콜룸부스」에게 배3척을 내어줬을 때 그에게 신신당부한 말은 『부디 금덩이가 뒹구는 나라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황금에의 의지가 미 대륙을 찾게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데 바로 그 황금 때문에 발견된 미국이 내년 1월1일부터 「황금열병」에 휩쓸릴 기세다.
41년여만에 일반시민의 금거래 금지조치를 해제하게 되자 벌써부터 금덩이 살 돈을 꾸려놓느라고 법석인 것이다.
하긴 미국이 황금열병에 휩쓸린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현재의 「캘리포니아」주가 개척된 것도 1849년께 그 곳에서 황금이 발견된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1월1일부터 「스타트」할 황금선풍은 여러모로 종전의 그것과는 다르다.
일반 시민들이 금덩이를 사려고 벼르는 이유가 주로 「인플레」에 있는데다가 거래규모가 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인 것이다.
다른 물가가 뛰면 금값이야 자동적으로 뛰기 마련인 만큼「인플레」시대에 재산을 온전히 보호하는 방법으로는 금을 사두는 것 이상이 없다는 게 일반 시민들의 지배적인 경향이다.
「뉴요크」의 한 금거래중개상은 금지조치가 풀리는 정월 초하룻날에만 약 4억「달러」어치가 팔릴 것이라고 예언했다.
만약 50억「달러」어치가 팔린다고 치면 미국정부는 현재의 금 보유량 2억7천6백만「온스」(4백91억「달러), 1「온스」당 42·22「달러」로 계산) 가운데 2천 4백만∼3천만「온스」를 꺼내야 할 판이다.
사실 국제적인 여건을 보더라도 전통적인 금 선호국인 「프랑스」의 태도가 이번 미국 프랑스 정상회담에서도 크게 수정된 것 같지 않고, 또 「이란」 등 산유국도 미국의 금시장가 안정책에 상당히 반발하는 눈치므로 미국인들이 금을 사려고 법석 떠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따라서 일부 입빠른 사람들은 『자칫하다가는 10년 안에』미정부 보유 금이 몽땅 거덜나서 마루밑바닥이나 땅속 깊숙이 꽁꽁 숨겨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물론 미 정부측의 얘기는 전혀 다르다. 내년 1년 동안 일반 시민들이 사들이는 양은 기껏 해봤자 9억「달러」어치 정도. 다시 말해서 5백만「온스」쯤일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개상과 일반 시민들이 미리부터 설치기 시작하자 1월6일을 기해 정부보유 금 2백만「온스」를 경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테면 일종의 「김빼기 작전」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다시 뒤집어서 보면 미 정부도 은근히 걱정스러워하고 있음을 입증한 셈이기도 하다.
아닌게아니라 국민들의 황금보유열이 만성화되면 무서운 실력을 발휘하는 게 사실이다.
예컨대 「프랑스」의 경우 정부보유 금이 1백79억「달러」어치인데 반해 일반 시민들이 금고나 땅속에 갈무리하고 있는 양은 무려 5천t, 돈으로 따져 2백85억「달러」어치에 달한다.
「프랑스」인들에 비해 돈벌이가 월등 나은 미국인들이 「황금보유광」으로 변한다면 「포트녹스」의 금괴가 수년만에 거덜날 것은 뻔한 노릇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황금열병이 몇 달 못 가서 잠잠해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첫째, 금값처럼 「안정」한 것도 없지만 또 그처럼 「안정」된 것도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수세기 동안 일반상품의 가격과 금값의 변동추이를 비교해보면 금값은 문자 그대로 거북걸음을 해왔다.
도대체 금 파동이라는 게 일어난 것도 최근 수 십년 간의 일이지 그전에는 거의 상상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둘째, 금괴를 살 때는 수수료·검사비·세금 등의 명목으로 20%의 웃돈을 얹어줘야 하고 또 팔적에도 품질검사비 조로 금괴 개당 30∼1백「달러」의 생돈을 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금값이 웬만큼 올라봤자 중간상인들 구전으로 모두 녹아버리고 실제 금 보유자 손에 들어오기는 어렵다.
세째, 다소 허황스러운 얘기기는 하지만 자칫하다가는 금값이 폭락해버릴 가능성도 없지않고 게다가 가짜금괴를 속아 살 염려도 있다는 사실이다.
유명한 금 거래 중개업자인 「드렉셀·버넘」사의 「앙드레·샤론」씨는 『만약 세계정부가 수립된다면 금값은 「온스」당 20「달러」에 정착될 것』이라고까지 극언한다.
또 금 감정전문가인 「찰즈·스털」씨는 최근 「베이루트」에서 『전문가도 깜빡 속을 정도로 교묘하게 위장된 가짜금괴가 양산되고 있다』는 「극비정보」를 귀띔해뒀다.
어쨌든 황금열병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든 간에 내년 1월1일을 기해 미 전역을 휩쓸 것만은 틀림없다. <뉴스위크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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