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 콧대 꺾인 중공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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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공의 「유엔」대표부가 「뉴요크」에 설치된 직후 중공 사람들의 콧대가 한참 높아지던 무렵 중공대표부의 일개 참사관이 「뉴요크·타임스」지의 편집국장 「로젠털」을 호출한 일이 있다. 「로젠털」은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있나 하고 중공대표부로 갔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유중국의 선전광고를 「뉴요크·타임스」지가 계속 실으면 재미없다는 협박이었다는 「에피소드」는 한동안 유명한 이야깃거리였다.
비슷한 사건이 이번에도 일어났는데 그동안 제정신이 든 미국 사람들이 중공을 눌러서 뜻 있는 사람들의 갈채를 받고 있다. 「워싱턴」의 국립미술관은 13일부터 석기시대(기원전 60만년)부터 원대(서기 1271∼1368년)까지의 고고학 발굴품을 전시한다.
거기는 유명한 「투완」공주의 비취로 된 부장수의와 「관수」의 청동 비마가 들어있다. 국립미술관은 개막에 앞서 11일 기자들에게 시사회를 마련했다.
그러나 중공은 「워싱턴」에 상주하는 11명의 한국 기자들, 8명의 「이스라엘」기자들, 7명의 자유중국 기자들과 1명의 남아연방 기자의 시사회참석을 저지하도록 국무성과 국립미술관 측에 요구했다.
국립미술관은 상주특파원으로 정식 등록된 기자면 누구나 취재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원칙과 지금까지 그런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중공의 요구를 거절했다. 중공의 태도도 강경했다.
문제는 「키신저」장관까지 올라가서 국무성과 국립미술관은 원칙을 굽히느니 시사회를 취소하는 데로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중공의 그런 터무니없는 억지에 비위가 크게 상한 「워싱턴·포스트」지 발행자 「캐더린·그레이엄」여사, 「뉴요크·타임스」지의 「워싱턴」지국장 「클리프턴·대니얼」, 그리고 「칼럼니스트」 「제임즈·레스턴」같은 사람들은 기념만찬 초청을 묵살해버렸다. 「워싱턴·포스트」지는 11일 사설까지 싣고 『미국은 미국사회의 기본원칙까지 팔아서 중공과의 관계개선을 바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시사회 취소를 잘한 일이라고 찬양했다.
소위 「핑퐁」외교 이후 한동안 미국사람·서방사람들은 중공「러쉬」로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중공 것이면 넝마조각까지도 「오케이」라는 태도였다.
「케네디·센터」의 무대에서 중공의 「서커스」가 공연되는 추태까지 예사로운 일로 여겨질 정도의 중공열이 휩쓸었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 사람들이 중공 최면에서 깨어나고 중공의 높은 콧대가 다소라도 꺾인다면 미국·중공관계의 정상적인 개선을 위해서 그 이상 다행한 일이 없을 것이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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