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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대책과 국민 생활의 실질적 안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제 수지 개선과 경기 회복을 위한 12·7조치는 정부·기업·소비 대중인 국민일반이 합께 비상한 각오를 가지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협력해야 할 것이지만, 이와 동시에 이
조치가 필연적으로 초래케 할 각종부작용과 그 중에도 특히 국민 일반의 고통을 효과적으로 덜어주는데 각별한 배려가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환율인상과 일부 주요 물자의 가격 인상이 국민일반에게는 즉각적으로 실질소득의 대폭적인 감소와 생계비의 급등을 가져와 그대로는 참기 어려운 고통과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국의 추산에 의하면 이번 환율 인상과 주요 상품 가격 인상 및 각종 공공요율 인상이 일반 물가에 미치는 직접효과는 약21%라고 한다. 이것만으로도 일반봉급생활자의 소득은 한꺼번에 21%나 줄어드는 것이므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생활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일반봉급 생활자에게는 참으로 견딜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인해 예견되는 물가 상승은 결코 당국이 추산하는바와 같은 직접적인 효과만에 그칠 것으로 과소 평가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누적적인 인상효과를 무시한 것이며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이다. 아마도 30%는 최소한 오를 것이 예상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따라서 이번 조치는 일반봉급생활자 소득의 21%가 아닌 30% 정도를 일시에 깎아 내리는 것이라 하여 좋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조치는 이에 대한 별다른 정책적 배려가 없으며 그 흔적이 있다 하더라도 고작 쌀 등 58개 생필품의 가격을 묶어둔다는 가격 인상 사전 승인제 정도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 일반을 의식한 마지못한 것일 뿐, 또 다른 한편에선 농민과 중소기업 또는 이러한 생필품 산업의 종사자측에게는 그나마 소득의 고정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며 결국 농민이나 중산층의 실질소득감소를 강요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환율인상과 동시에 조정한 일부 독과점 상품 가격의 대폭 인상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국면이라 하겠다.
국민일반의 고통과 희생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실질소득 증감과 생산물가격의 고정화로 인한 영세 생산자의 실질 소득 감소로 그치지 않는다. 물가가 오르면 일반국민의 재산가치는 그만큼 명목적으로 오를 것이므로 재산세 등이 또한 대폭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국민일반에게 대한 이중의 고통시대가 시작된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더욱 물가인상에 따른 얼마간의 임금인상이 실시된다면 새 종합소득세법에 따른 누진세율에 따라 임금의 실질적인 개선 여부와는 관계없이 세 부담 증대가 필연적일 것이다. 이 경우 실질소득은 도리어 감소하는데도 새율은 더욱 오르고 실질부담이 오히려 과중화 한다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결국 이번 조치에서도 일반국민의 입장은 매우 소홀하게 다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국제 수지 개선과 경기회복을 위한 대책이 마치 국민 일반의 생활 안정을 희생하는 것과 같은 것이 되고 있다. 8·3조치때도, 그리고 지난 1,2년 동안의 급격한 물가상승에 일방적으로 희생돼고 있는 고정소득자의 생활은 이번 조치로 또 한번 어려움을 겪어야만 하게 됐다는 것을 솔직이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생활의 안정과 부담 경감이라는 측면에 대해서 정부는 앞으로 따로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제 수지 개선이나 경기 대책은 단기적인 정책과제에 부과하며 국민 생활 안정과 향상이야말로 보다 근본적인 정책과제임을 명심해야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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