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골드·러쉬 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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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근 미국에선 『역「골드·러쉬」』현상이 일어나 주목을 끌고 있다. 3일 미국 정부는 공식 보유 금 미2백만「온스」(62t)를 방매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지난 67년이래「유럽」에서 빈번히 거듭되었던 「골드·러쉬」와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미국의 금 방매 발표 이후 「런던」의 금값은 한때 「온스」당 14.75「달러」나 폭락했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이런 금 방매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공식 보유금은 2억7천5백만「온스」에 달한다. 그 금량이 방매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따라서 금값은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금 방매「쇼크」는 필연적으로 타국 중앙은행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 현상이 오래 계속되면 국제통화 제도에서 차지해 온 금의 기능은 사실상 종말을 고할 것 같다.
오늘날 세계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국제 통화제도는 일명 IMF체제라고도 한다. 제2차대전이후 새로운 국제 통화 제도로서 미국의 「화이트」안과 영국의 「케인즈」안이 제시된 바 있었다. 그 합작에 의한 「브레튼우즈」체제(BrettonWoods System)를 모체로 오늘날의 IMF가 탄생했다.
이 IMF제도는 한마디로 금의 가격을 고정시키고, 그 고정성을 기축으로 한 금환본위제를 말한다. IMF 협정 제4조1항에 따르면 각국 통화는 금에 의해서만 평가해야 한다. 1944년7월l일 현재 순도「1천분의 9백」의 순금 0.888671g에 대해 미화「달러」로 표시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IMF체제는「달러」체제나 다름없었다. 1949년 당시만 해도 미국의 강력한 경제력을 배경으로, 전 자본주의 국가의 공식 총 금보유고의 70%에 상당하는 금 준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해외 군사 지출과 대외 경제 원조에 의한 「달러」의 계속적인 유출은 기축 화폐로서의 「달러」의 기능을 약화시켰다. 미국은 끝내 국제 수지의 적자를 면키 어렵게 되었다. 한편 서독 또는 일본과 같은 나라는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루어 미국의 경제력에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금보유는 날로 줄어들기만 했고, 「달러」의 실력도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이제 미국이 보유금을 몽땅 팔아 버리면 사실상 금의 화폐성은 상실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금은 한낱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질 뿐, 「키·커런시」(통화의 기축)로서의 의미는 없어지게 된다는 문제는 「인플레이션」에 있다. 미국은 그 억제를 위한 고육책으로 이런 금 방매까지 생각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그 결과는 새로운 관리 통화 제도의 모안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그럼 금은 완전히 전락한 것일까? 아직은 그 담보 가치로 보아 금의 압도적인 힘을 외면할 수 없다. 새로운 관리 통화 제도는 이런 상황 속에서 당분간 혼돈을 면치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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