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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푼도 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4일 농수산부는 앞으로 백미 판매를 일체 금지, 백미에서 겨 30%를 깎지 않은 7푼도 도정미만 판매토록 쌀 소비 절약을 위한 행정 명령을 발동했다. 이같이 백미를 못 팔게 함으로써 연간 52만1천섬이 절약된다는 것이다. 좋든 싫든 국민들은 이제 현미에 가까운 7푼도도 정미를 먹게 됐다.
현미는 벼의 껍질만 벗기고 쓸지 않은 쌀. 이것을 정미소에서 인위적으로 쓸어서 등겨를 내면 백미가 된다.
사실 정미소에서 벼를 인위적으로 쓸게 되면 쌀이 낭비되기도 하지만 중요한 영양 성분도 몽땅 떨어져 나가 버리는 문제점이 있다.
즉 생장력이 농축·응집된 찰눈(배아)이 떨어져 나가 백미는 현미에 비해서 「칼슘」·인·철분 같은 무기질과 「비타민」B₁,B₂E·「나이아신」등 영양 성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특히 「비타민」B복합제와 「비타민」E는 백미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미량일 뿐이다.
따라서 흰쌀밥만 먹게 되면 일반적으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낮아지고 피로가 쉽게 풀리지 않으며 어깨와 손발이 저리게 되는 이유를 이 같은 영양학적인 손실로 설명하는 학자들이 많다.
7푼도는 현미에 보다 가깝기 때문에 백미의 영양 손실을 막아 준다고 생각된다.
비록 과학적인 입증이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현미에 가까운 7푼도를 먹게 되면 위산과다·소화성궤양·만성위염·간질환·변비·결핵·고혈압·당뇨병 등 악성 만성 질환을 예방하고 퇴치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도 7푼도가 백미에 비해 더 많은 영양 성분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현미가 비록 영양 성분상 이점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소화가 잘 안되고 백미에 비해 맛이 훨씬 못하며 밥 짓기가 퍽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7푼도도 백미보다 맛이 덜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단점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당국에서는 무턱대고 7푼도를 먹으라고 명령만 할 것이 아니라 7푼도 쌀로서도 맛있게 먹는 방법을 먼저 제시해 주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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