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값 인상 안 할 수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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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는 LPG (액화 석유「개스」) 값을 50%인상할 방침을 세워 결국 이「개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택시」업자와 일반 수요가들에게만 큰 부담을 주게 됐다.
당국은 LPG값을 이같이 대폭 인상하려는 것은 올 들어 휘발류 값이 크게 오르자 일부 「택시」 업자들이 휘발유보다 값이 절반 가량 싼 LPG를 사용, 수요가 급증함으로써 수급 면에서 이 「개스」를 무제한 공급하기 힘든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의 LPG 사용 실적으로는 수급 면에서 큰 차질은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LPG의 가격 인상은 휘발유의 사용을 권장하기 위한 정책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 처사로 풀이되기도 한다.
LPG는 차량 연료 및 산업용으로 쓰이는 「부탄」과 가정 및 접객업소에서 사용하는 「프로판·개스」등 2가지를 말한다.
상공부에 따르면 「부탄」의 연간 수요는 총 생산량 80만「배럴」의 72·5%인 58만「배럴」로 「프로판」 생산량 60만「배럴」을 약간 초과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로 볼 때 자동차용인 「부탄」은 여유가 있으며 「프로판·개스」에만 수급상 약간의 문제가 있다.
겨울철에는 「부탄」만으로 기화가 되지 않아 「프로판」을 30%가량 혼합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LPG차량이 계속 늘어날 경우 가정용「프로판」의 품귀 현상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탄」의 경우 지난 8월까지 하루 평균 1천5백 「배럴」이던 수요량이 9월부터 2천3백「배럴」로, 「프로판」도 10월까지 하루 1천5백「배럴」에서 2천4백「배럴」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LPG생산은 원유 종합 처리 과정에서 0·4∼0·6%비율로 한정돼있기 때문에 소비를 규제치 않을 경우 수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 게다가 계속되는 불경기로 내년도에도 전체 유류의 수요가 둔화되고 이에 따라 LPG의 생산이 순조롭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이같은 수용 억제책을 마련, LPG 품귀 파동을 막아야 된다는 당국자들의 견해다.
게다가 「프로판·개스」의 유통「마진」이 엄청나게 높다. 대리점「마진」이 60%, 부판점「마진」이 40%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유통「마진」을 줄일 경우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공장도 값은 인상할 수 있어 당국의 LPG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편 영세 「택시」업자와 공해 문제 등을 고려하여 일정한 범위 안에서 LPG사용 「택시」를 양성화하는 대신 가격 인상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관계 부처에서 논의되고 있다.
서울 시내 「택시」의 경우 지난해부터 LPG 「택시」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데도 시내「택시」1만2천여대 중 7천여대 (허가 댓수 5백33대)가 구조를 제멋대로 바꾸어 LPG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어 가격을 올려 수요를 억제할 경우 운행 거부 등의 부작용을 빚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LPG를 사용했을 경우 「택시」는 하루 4천원의 수입을 더 올릴 수 있다.
또 우리 나라 휘발유 값은 「드럼」당 3만1천6백원으로 일본 2만7천5백71원, 미국 1만4천3백12원, 영국 2만3천74원보다 훨씬 높아 LPG 가격 50%인상은 결국 휘발유 값과 같은 선으로 올려놓으려는 저의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서울 시민 중 5만여 가구가 「프로판」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접객업소도 당국이 연탄 사용을 억제하는 바람에 거의 「프로판」을 쓰고 있다.
이같은 실정을 외면한 채 일부 「택시」의 「부탄」 사용을 규제하기 위해 「프로판」값까지 함께 올린다는 것은 쥐를 잡기 위해 독을 깨려는 처사』라는 평을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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