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방심으로 몰락한 여자 탁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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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 탁구로는 최초로 세계 정상을 정복했던 여자 탁구가 자만과 방심 때문에 급전직하, 불과 1년 반만에 상위권에조차 들지 못하는 참담한 퇴보를 드러냈다.
지난 9월 「테헤란」 아주 대회에서 중공에 3-l로져 우승을 놓친데 이어 이번 제17회 「스칸디나비아·오픈」 대회에서의 참패로 완전히 실력의 열세가 확인되어 석달 앞으로 다가온 제33회「캘커타」 세계 선수권 대회가 거의 절망적, 심각한 좌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 여자 탁구가 이처럼 단시일에 몰락한 것은 끊임없는 정진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탁구계의 중론.
작년4월 「사라예보」의 개가 이후 한국 탁구는 자기 도취에만 빠져「타이틀」을 지키기 위한 실제적인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
탁구 협회도 세계 정상에 도전할 때보다 더욱 조직적이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어야 했음을 자인하고 있다. 예컨대 대표 상비군을 편성, 지속적인 훈련과 해외 교류로 전력의 보강을 기하는 한편 신진 선수들의 대량 발굴과 육성 등 마땅히 해야할 과제를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던 것이다.
도대체 훈련다운 훈련을 하지 않았다.
아주 대회 대표단 훈련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여름 고작 2개월여의 합훈이 전부였다.
72년과 73년의 영광이 있기까진 달랐다. 1년내내 뼈를 깎는 강훈의 연속. 세계 정상 정복이 반드시 가능하다는 확신 하에 사력을 다했다.
선수들도 정신 훈련의 방법으로 참선까지 했다. 탁구 협회는 약 1년 동안 1천5백만원이 넘는 경비를 과감히 쓰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후의 양상은 너무나 판이.
김창환 탁구 협회장 이하 모든 탁구인은 파놓은「챔피언쉽」을 수수방관했다는 여론에 탁구 협회는 크게 각성해야 한다.
대표 선수들의 자세도 문제.
탁구 지도자들은 자존이 지나쳐 자기 발전에는 등한히 하면서 편안하게 안주하려는 선수들의 병폐를 지적하고 있다.
예우가 만족치 못하다고 큰 대회를 앞두고 지도자에 반발하고 훈련을 「사보타지」하는 근성도 고쳐야 한다.
탁구계가 평소 해외 정보에 어두운 결함도 이 기회에 음미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것은 지도자의 빈곤에서 오는 결과. 선수와 마찬가지로 지도자의 양성과 확충도 시급히 검토할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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