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과 비분과… 신민 의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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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당측으로부터 「일요일의 기습」을 당해 등원의 여건을 박탈당한 신민당은 2일 의원 총회를 열어 중론을 펼쳐 보았다. 제기된 의견들은 주로 『이렇게 되기까지 총재 노선에 잘못이 많았다』는 회고 비판론, 『지난날의 잘 잘못을 따지면 뭣하느냐, 앞으로의 대책을 얘기해 보자』는 대책 위주론, 『당 해체의 각오로 싸우자』는 투쟁론 등등. 결국 앞일을 다시 총재에게 맡겼지만 말많은 신민당의 중론이 앞으로도 귀일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발언초를 옮겨 보면-.
▲김형일 총무=(총무회담·1일의 운영위 경위 등을 보고)
▲신도환= 일단 내린 결론을 끝까지 밀고 가야 한다. 별 이유나 대안 없이 갑자기 등원하기로 한 것은 개헌 추진의 기본 노선을 바꾼 것이 아닌가.
당수는 그 동안 5번이나 번의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나를 따르다」는 식보다 중지를 모아 당론을 결정해 달라.

<파장된 국회… 등원 말자>
▲김영삼 총재=어제의 공화당 처사는 그 누구를 겨냥한 행위인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악랄한 공화당 정권이 과연 이대로 계속돼도 좋은가 의심스럽다. 이에 대한 대응 방법을 논의해 주기 바란다.
여기 있는 사람 중 개헌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김영삼은 우리 당의 얼굴이다. 김영삼이가 상처를 입으면 당도 해를 입는 것이다.
나를 만장일치로 총재로 선출해 준 것은 개헌을 위한 국민의 전폭적인 위임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자나깨나 이 사명을 위해 노력해 왔다. 나는 이 책임을 전가하지 않을 것을 밝힌다.
▲한영수=어제 총회가 운영위에 참석한 것은 예산심의가 아니었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본회의가 예산안을 통과한 직후에는 의원 모두가 다른 안건의 변칙 통과를 저지해야 하지 않았겠는가.
▲김형일=어제 운영위 참석은 3일부터 등원하기로 한데 따른 의사 일정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였다.
▲채문식=과거 일을 비판하지 말자는 얘기가 나왔으나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예산심의를 거부한 결과 여당에 막대한 이익을 줬다. 이런 결과에 대해 총무회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김형일=총무로서는 전권을 받았더라도 여러 의원들의 결정이나 총재의 의견을 종합해서 충분히 반영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여러분이 총무단에 비판을 가하지만 여당의 악랄한 특성을 알면 우리가 교섭하는데 따르는 고충을 알 것이다.
▲정일형=9대 국회는 이미 파장이 됐다. 그저께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희망과 기대를 걸 수 있었지만 어젯밤의 날치기 통과를 보니 이제는 만사가 끝장 났다고 믿어진다. 이젠 국회에 들어갈 의의가 없어졌다.
외부에서는 우리 더러 「사꾸라」라고도 하는데 이 오명을 씻기 위해서도 강력히 싸워 보자. 누가 여태까지 투쟁 방법을 결정했던 과거 일로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 당 해체의 각오로 싸워 나가자.
지난번 민주 회복 국민 선언에 다른 군소 정당까지 지지 성명을 냈는데 우리는 왜 성명을 안 냈는지 모르겠다.

<원내 외 투쟁이 바람직>
▲황호동=예산심의 거부 자체에 나는 반대해 왔다. 예산안이나 다른 여러 의안이 이제 여당 일방적으로 처리됐는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 태도의 득과 실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박용만=우리는 등원을 위한 명분을 상실했고 지금껏 우리 결정은 국민의 지지를 상실했다. 우리는 57석을 가진 제1야당인 만큼 이 강한 무기를 이용해야 하며 이 무기를 포기하면 다른 군소 정당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원내외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
▲김원만=우리는 죽으나 사나 같은 배에 탄 사람들이다. 오늘부터라도 일사불란하게 행동해 나가자. 구체적 방법은 한번 더 총재를 믿고 그에게 맡겨 보자.
▲김상진=(의사 진행 발언)대여 투쟁에 전력을 다해야 할 의원총회가 지나치게 내부 공격과 토론을 일삼고 있으니 반성해야 한다. 총재 결단에 맡기고 따라가자.
▲김현기=김상진 의원 얘기가 옳다. 토론 종결하자.
▲이기택=등원 결정은 납득이 안 간다. 여당이 날치기로 모든 안건을 다 처리해 버린 이때 등원하는 것은 잘못이다.
당수는 당직자가 아닌 각 계보의 「보스」와 문제를 상의, 결정해 주기 바란다. 「보스」중에는 화요회의 김원만 의원과 본인이 속한 신우회의 신도환 의원도 포함돼야 한다.

<모든 일 총재에 일임을>
▲고흥문= 여당이 악랄한 것은 이미 다 아는 바지만 바로 어제 근성을 드러냈다. 총재는 누구보다 자중이 더 많다. 공화당은 신민당의 당비까지 동결시키고 의원 세비 가불도 막는 등 야비한 수법을 쓰고 있다. 총재의 등원 결정은 공적·사적으로 당내 중론을 확인한 후 이루어진 것이다. 앞으로의 모든 일은 총재에게 일임하자.
▲신상우=그 말도 좋지만 막연히 위임할 수는 없다. 내일부터 등원한다면 실제 휴회 중인데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이때 김 총무가 정무회의 결정을 추인하고 당수에게 일임 하자면서 산회를 선포했으나 여러 의원들이 더 얘기를 해 보자고 요구하여 황낙주 부총무가 속개를 선포)

<즉흥적 투쟁론 고치자>
▲정해영=대여 투쟁에는 대내 전열 정비·시기·지피 지기 등의 3요소가 중요하다. 이번 싸움에는 이중 하나도 충족되지 못했다. 우리의 실패 원인은 따라서 모든 것을 검토하지 않고 즉흥적인 투쟁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황낙주=정무회의의 등원 결정과 당수 일임에 이의 없는가.(만장일치로 가결)
▲김 총재=여당은 어떻게 하면 나와 당을 괴롭히는가를 생각하고 있고 이것이 그들의 정보 정치다. 오늘 여기서 우리가 논술을 벌일 것을 그들은 예측하고 있었고 어제 모든 것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도 이런 원인을 조성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예산심의 거부는 원내·원외 투쟁의 일부였다. 이 지난 3개월 동안 국민들이 개인 문제를 떳떳이 얘기하게 되고 또한 국민들이 개헌 투쟁에 용기를 갖게 한 것은 우리당의 부인 할 수 없는 공적이다.
개헌 투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여러분이 앞으로의 투쟁 방법을 총재에게 일임했지만 독단적으로 처리하지 않을 것이며 여러분들의 중지들 모을 것이다. 악랄한 공화당과 투쟁하는데 있어서는 정해영 의원 말대로 대내 정비가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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