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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아이폰' 모색 애플, 테슬라 전기차에 눈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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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팀 쿡(左), 머스크(右)

아이폰의 바통을 이을 주력 상품을 선보이지 못하는 애플이 차세대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전기자동차와 패션은 물론 의료기기 분야까지 기웃거리고 있다. 그만큼 상황은 다급하다. 스마트폰의 원조지만 삼성전자의 맹렬한 추격으로 텃밭인 북미 시장에서도 아이폰의 1등 지위가 위태롭다. 그런 애플이 전기차 분야 진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듯하다.

 미국 현지 매체인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SFC)은 이달 16일(현지시간) “에이드리언 페리카 애플 인수합병(M&A) 책임자가 지난해 4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애플 본사에서 앨런 머스크 테슬라 설립자 겸 CEO를 만났으며, 이 자리에 팀 쿡 애플 CEO가 동석했다”고 보도했다. 앨런 머스크는 미국 내 온라인 결제회사 ‘페이팔’을 창립한 벤처 사업가이며, 페이스북 등 수많은 벤처를 키워낸 혁신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애플 창업자인 잡스는 생전에 애플이 자동차산업에 진출할 경우 정보통신(IT)과 자동차기술이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 즉 아이카(iCar)를 생산해 또 하나의 혁신을 만들어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애플은 폴크스바겐·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손잡고 아이카 초기 모델을 시험 삼아 생산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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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서도 애플의 향후 성장세에 의심을 제기하며 테슬라 인수를 촉구한 적이 있다. 독일 투자은행 베르겐베르그 소속 애단 아마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0월 “애플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시장에서 벗어나 자동차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는 공개 서한을 팀 쿡 CEO에게 보낸 것이다.

 심지어 당시 아마드 애널리스트는 “팀 쿡 CEO가 최고업무책임자(COO) 자리로 이동하고, 현재 테슬라의 수장인 앨런 머스크를 애플의 새로운 CEO로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팀 쿡 현 CEO 역시 신성장동력 찾기에 열심이다. 그는 특히 의료기기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팀 쿡 CEO는 이달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애플이 대단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우리가 준비하는 제품이 새로운 분야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IT 업계에선 팀 쿡이 지칭한 신제품이 스마트 손목시계인 아이워치(iWatch)와 의료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결합한 제품일 것으로 관측한다. 또 애플은 현재 혈류 측정을 통해 심장 이상 때 들리는 소리를 바탕으로 급성 심장발작을 예고하는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애플은 패션 분야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전 버버리 CEO인 안젤라 아렌츠를 수석부사장으로 끌어왔고, 나이키 최고 디자이너 디렉터인 벤 셰퍼도 올해 애플에 입성했다. 아이폰·아이패드 등 IT 기기에 패션을 입히겠다는 포석이다.

 애플이 IT 분야뿐만 아니라 자동차 등 제조업, 그리고 패션 분야에서까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나서자 글로벌 IT 업계는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사실 현재 애플에 던져진 고민은 삼성이나 구글 등 경쟁 업체 입장에서도 똑같은 숙제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현재 쌓아놓은 현금유보금만 1467억6100만 달러(약 156조원·블룸버그 기준)에 달한다.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헝가리 국내총생산(GDP·1305억 달러)보다 많은 셈이다.

 하지만 ‘포스트 아이폰’을 찾는 작업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자칫 주력 업종을 등한시하고 음반·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외도를 했다가 몰락한 소니의 사례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면서도 “새로운 먹거리 찾기를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면 제 2의 노키아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어떤 IT업체도 속이 편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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