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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무대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세계가 무대다.
전 지구를 덮고 있는「매스·미디어」망과 인공위성이 중계하는 통신의 동시성은 우리들의 삶의 공간을 날이 갈수록 『하나의 세계』로 만들어 가고 있다.
「세계내정」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가 그 국가지도자의 상을 당하면, 이웃 동네 사람들끼리 문상을 하듯 세계의 지도자들이 조문사절로 온다. 세계내정이란 말은 이미 평화주의자들의 상상이 아니라, 국제정치의 한 관행으로 현실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주간지「타임」의 최근호는『정씨 왕조』라는「헤드라인」밑에 세계적「솔리스트」의 「트리오」인 정명훈·경화·명화 세 남매의「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한국은 이제 이 세 남매를 통해서 국제적인 공연「스케줄」을 갖고 문자 그대로 『세계를 무대로』진출하는 한 본보기를 보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세계가 한국의 새로운「프런티어」다. 비좁은 국토밖에 갖지 못한 이 한반도에는 예부터 미개척의 서부란 있어 본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 모든 세계가 곧 한국의 서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세기의 동이 트려고 할 무렵, 핫바지 차림에 상투를 튼 우리의 첫 이민단이 이 새로운「프런티어」에 도전하여 떠난 지 70여 년-.
그 동안 땅 설고 물 설고 말도 선 이역 땅에서 모진 신고를 겪어온 이들 동포들은 이제 도처에서『세계의 한국인』으로서 그 존재를 부각시켜 가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같이 세계를 무대로 한 입지의 인물들을 그 현장으로 찾아가서 보도하는 계획에 착수했다.
그들의 해외에서의 성공은 초기이민들의 피눈물나는 노력이 씨앗으로 뿌려진 토양 위에 자랑스럽게 피어난 꽃이요 열매다. 그것은 또한 인종적 편견·사회적 박해 등 갖가지 악조건과 싸워 이긴 인간의지의 위대한「드라머」이기도 하다.
바다도 없고 띠라서 항구도 없이「알프스」산록에 갇혀 사는「스위스」사람들은 해외에 나가있는 그들의 동포를 세계에 던진 『「스위스」의 소리』라 일컫고 있다. 외국에 나가있는 우리동포 또한 세계에 던진『한국의 소리』라 해서 나쁠 것이 없지 않은가. 그들의 존재가 자랑스러울 때 그것은 곧 한국의 자랑스런 소리가 되는 것이다. 한국은 이 자랑을 그들에게 빚지고 있는 것이다.
74현재 해외에 나가있는 교민의 수효는 80만 명을 헤아린다. 작은 나라라면 능히 민족이동이라 일컬을만한 이 통계는 우리국민의 높은 국제적「모빌리티」를 나타내고있는 숫자이기도 하다. 이처럼 해외교민수가 부풀고 보면 거기에는 반드시 입지와 성공의 양지만이 있는 게 아니라, 말못할 어려움 속에서 갖은 신고를 겪고있는 응달의 동포들도 없을 수 없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응달의 동포들에게 이들 자랑스런『세계의 한국인』의 얘기는 새로운 힘과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귀감이 될 것이다. 살아있는 실례야말로 가장 설득력 있는 교사가 아니겠는가.
해외에서 성공하고 또는 고생하는 교민들은 고국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더우기나 고국이 그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고국에 대한 가장 큰 기여가 바로 그들 자신이 세계 속에서 떳떳하고 자랑스런 한국인이 되는 길이라면, 그들에 대한 고국의 가장 큰 기여도 우리 나라가 세계 속에서 떳떳하고 자랑스런 한국이 되는 길이다. 그것을 그들은 몽매간에 그리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그들에게 약속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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