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입국」에 몸 바치겠다"|초대형유조선 첫 수출한 현대조선 정주영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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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 기업인의 줄기찬 의지가 조선입국의 꿈을 현실로 옮겨놨다.
현대조선이 지난 5일「그리스」의 선박 주「게오르게·S·리바노스」씨에게 판 26만t급 (적재용량)의「어틀랜틱·배런」호는 국내 조선사상 첫 초대형 선박건조이자 첫 수출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사실을 기록한 것이다.
이것은「불도저」라는「닉네임」이 붙어있는「현대그룹」정주영 회장의 줄기찬 기업가적 정신과 노력의 성실로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선사업에 착수하신 특별한 동기라도?
자동차공업을 할 때부터 해상수송수단에도 언젠가는 손을 대겠다는 마음을 먹었었고 3면이 바다로 돼 있는 국토의 조건으로 봐서도 조선공업은 누군가가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해 왔었습니다.
그래서 조선소를 착수하기 몇 년 전부터 입지선정을 위해 기사들을 자동차에 태우고 전국을 샅샅이 답사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때마침 정부가 조선공업육성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어려운 일인 줄 알지만 먼저 손을 댄 것입니다.
-건설과정이나 수주계약을 맺기까지의 고충 같은 것은?
건설과정에서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입니다.
착공한지 얼마 안돼서 26만t급 두 척을 주문 받아 조선소건설과 선박건조를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고충이 더했던 셈이지요.
처음 손대는 사업인데다 대형선박을 처음 국제상품화 시키는 일이므로 품질·계약기일엄수를 비롯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신의까지 겹쳐 나로서는 최대의 정열을 쏟았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건설외자조달 등을 위해서 담당이사를 데리고 직접 구주의 은행가들을 설득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쏟기도 했습니다.
정 회장은 조선소착공에서 지금까지 1년의 절반이상을 현장에서 보냈고 문제가 있을 때는 새벽 통금해제와 동시에 서울에서 자동차로 출발, 9시전에 현장으로 달려가 지휘를 맡기도 했다.
-첫 배를 수출하고 나선 소감은?
착수에서부터 인도에 이르기까지 1만7천여 명에 이르는 기사·기능 자·관리자들 모두가 처음으로 배우면서 거대한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태산준령을 넘은 기분입니다.
공해 상에서 1호선을 인도하던 날 너무나도 노력을 기울인 때문인지 한편 몹시 섭섭하면서도 자랑스러운 긍지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현대조선소의 새로운 건설계획이나 이끌어갈 방향은?
우선 외국의 대 선주들을 고객 겸 출자 자로 하여 대형 선박수리사업을 착수할 계획입니다.
또한 선박 기자재의 자급을 서두르고 부품하청업자들은 발전시켜 세계에 명성을 떨칠 수 있는 종합조선사업으로 이끌어 가는데 전력을 다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기술개발을 서둘러 한 척에 몇 백만「달러」씩 하는 선박설계를 자체적으로 해결해 가야겠습니다.
-앞으로 조선사업 전망은?
현재 조선사업은 국제고금리와 자금유통의 악화로 극심한 침체가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현대조선소는 과거 계약분과 현재 진행중인 상담을 성공시켜 76년까지는 작업의 중단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현재 계약 고는 1호선을 포함, 26만t급 12척에 5억7백60만「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77년부터 80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큰 시련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에 미리 대비하는 대책을 서둘러야겠습니다.
-현재 느끼고 계신 애로와 해결방안은?
선박주문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겠습니다.
선박은 거액의 상품이라는 점율 고려해서 선진국들처럼 장기선박수출금융이 조성돼야겠고 인건비·물가상승에 비례하는 환율의 조정이 있어야 선박수출이 계속되리라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코스트」증가 때문에 건조계약을 계속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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