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방화정밀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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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왕「코너」대화로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이때, 최근 한국화재보험협회가 우리 나라 모든 고층「빌딩」을 대상으로 실시한 화재예방안전점검 결과는 그야말로 도처에 화 마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국에 있는 4층 이상 보험가입의무화 건물 7천5백22동 중 과반수가『전기화재의 위험이 있는 건물』이라는 분석은 언제 어디서 또다시 대왕「코너」화재 같은 참극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실증하는 것이다.
대왕「코너」의 화인은 배전선이 규격미달인데다가 용량의 10배를 넘는「퓨즈」를 사용함으로써 전선이 가열되어 현장 합판에 불이 붙은 것이라는 판정이다. 그런데 전국「빌딩」중 이와 똑같은 불량전선을 사용한 건물은 전체의 52·8%나 되는 3천9백69동이며 전기배선 상황불량이33·4%에 달하는 2천5백9동이요, 게다가 불량「퓨즈」를 사용한 예 또한 26·2%인 1천9백68동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건물소유주는 물론, 감독당국도 똑바로 정신을 차리고 사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대적인 점검작업을 서둘러야 하겠다. 또 시급히 그리고 철저하게 그 보완작업도 서둘러야 하겠다.
김 총리도 5일 한전·소방서·보험회사·기타 전문기관의 요원을 총동원하여 전반적인 방화 정밀조사를 실시하도록 지시하였다.
한편 전기와 맞먹는 화재요인인 유류의 취급도 옥내·외에 저장시설을 갖고 있는 건물 2천8백79동 중 66·9%가「탱크」보호시설 및 방화구획미비상태라고 한다.
대연 각「호텔」때의 화재원인이었던「프로판·가스」용기도 74·8%가 옥외설치 규정을 어기고 방화구획도 안한 채 옥내에 방치해 두고있다는 것이며, 그밖에도 주 배관을 금속관 아닌「비닐」관으로 해놓고 있다는 것인데 이처럼 위험천만한 일은 또다시 없다 할 것이다.
건물구조면에도 많은 모순을 드러내놓고 있는데 설계한 사람과 시공한 사람, 준공검사를 내준 사람 할 것 없이 화마의 무서움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건축법이나 소방법 등은 완벽한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것을 운영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방심하거나 조그마한 물욕에 눈이 뒤집혀 묵인해 주기 때문이다.
종합병원이나 고층「호텔」등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출입하는 장소에서 방화시설 불충분으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 많은 인명이 살상되는 경우에는 형법상으로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나 상해행위가 성립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연탄아궁이를 잘못 시설하여 중독사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다스린 판례가 있는데 방화시설을 하지 않음으로써 누전 등에 의하여 1백여 명의 사상자를 내는 건물주를 행정처벌로 다스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이들 방화시설 불 비로 인한 건물주에 대해서는 앞으로 가차없이 업무상과실치사 상 죄를 적용하여 다시는 이러한 인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날로 고층화하는「빌딩」을 근대화의 상징으로만 생가해서는 안 된다. 고층「호텔」화재의 세계기록을 한국이 수립한 것을 부끄러워하여야 할 것이며, 다시는 이러한 오명을 남기지 않도록 건물주나 시공업자나 소방관서·시-도가 함께 이번에야말로 일대 각성을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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