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2월 폭설 … 봄 온다는 신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스키장에서 인공 눈을 어떻게 만들까. 물을 고압으로 분사하면서 동시에 강한 바람을 일으킨다. 수분과 차가운 공기가 만나면 눈이 만들어진다. 6일부터 동해안에 쏟아진 폭설은 마치 하늘에 거대한 제설기(製雪機)라도 설치한 듯했다.

 북쪽 만주지방에서 내려온 고기압은 찬 바람을, 한반도 남쪽을 지나는 저기압은 수분을 공급했다. 고기압은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찬 공기를 남으로 끌어내렸고, 저기압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습한 공기를 북으로 밀어올렸다. 고기압과 저기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면서 제설기처럼 수분과 찬 바람을 섞어 동해안으로 쏘아댔다. 여기에다 백두대간까지 막아서면서 11일 오전 7시 강릉엔 1911년 기상관측 이후 가장 많은 110㎝의 눈이 쌓였다.

 동해안에선 2월 폭설이 흔하다. 건물이나 비닐하우스 구조를 바꾸고 제설장비를 확보하는 등 폭설 피해를 줄이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역설적이지만 동해안의 2월 폭설은 봄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대륙 고기압 세력이 약해지면서 남쪽 저기압이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폭설이 내린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대동강 얼음도 풀린다는 우수(雨水·19일)를 앞두고 17~19일 또다시 동해안엔 폭설이, 남쪽엔 많은 비가 예고됐다.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때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