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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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소 정상회담이 오는 11월23일과 24일 소련의 극동 항구 도시인「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다고 공식 발표되었다. 미·소 정상회담의 역사를 회고할 때, 과거에도「얄타」「포츠담」「제네바」「빈」등 여러 장소에서 열린 일이 있으나, 극동 지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점 획기적인 사실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블라디보스토크」미·소 정상회담은 미·일과 한·미 정상회담 직후에 열린다는 것과, 또 그 회담이 끝나기가 바쁘게「키신저」미 국무장관이 중공을 방문키로 예정돼 있는 것 등은「아시아」에 이해 관계를 가지는 4강이 11월 하순을 전후해서 연쇄 회담을 가지게 됐음을 뜻하는 것이다.
미·일·소·중공 등 4강 수뇌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게 될 회담에서는 우선 당사국간의 호혜 협력문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이지만, 우리의 특별한 관심사는 그들이 국제 문제를 에워싸고 광범위한 의견을 교환하게 되리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소 정상회담의 경우 양국의 현안인 전략무기 제한·통상확대 문제 등을 비롯해서 중동 문제 등이 토의될 것이며 그중에서도 MIVR(다목표 핵탄두)제한문제는 미·소 정상회담의 핵심적인 의제가 될 것이다. 또 이 미·소 정상회담은 지난 7월「워터게이트」사건으로 탄력성을 결한「닉슨」과「브레즈네프」사이에 가졌던「모스크바」회담과는 달리 그 동안의 활발한 협상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미·소 관계가 정립될 것으로도 보여진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연쇄회담을 계기로 특별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포드」대통령이 취임 후의 해외 첫 방문지를 한·일 양국과 소련 영토내의 극동지역을 택함으로써 양국이 새삼 극동「아시아」를 중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는 점이다. 소련 역시 회담장소를「블라디보스토크」를 택함으로써「시베리아」또는 극동을 중시한다는 효과를 나타내려고 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극동「아시아」가 다시금 미·소와 일·중공을 포함한 강대 세력간의 각축장 같은 느낌도 없지 않다.
이번 연쇄회담과 함께 극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 문제가 진전되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소망은 아닐 것이다.
한반도는 지리적으로 대륙권과 해양권의 접속지점이며 고래로 전략적 요위지일 뿐만 아니라 제2차 대전 이후는 동서냉전의 첨단지였다. 극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로운 새 질서를 형성함에 있어 한반도에서의 긴장 완화와 평화정착이 그 선행 조건과 같은 중요성을 띠고 있음은 이론이 없다.
그러나 한반도에서는 여전히 호전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있는 북괴가 평화통일에 대한 성의있는 대화마저 부정하며 계속 폭력노선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한간의 긴장이 의연하다는 것은 주지된 사실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앞으로 있을 각국간의 연쇄회담에서는 모든 나라가 한반도의 안정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라며 북괴로 하여금 평화의 길을 걷도록 촉구할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다.
이 기회에 열강은 한국이 6·23선언으로 남북한「유엔」동시가입을 비롯해서 공산권이라 하더라도 상호주의 문호개방 외교정책을 천명한 것과 불가침 협정·통일 3원칙 등을 제의한 것을 상기하고 평화 지향적인 한국의 노력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소련과 중공은 지금까지 북괴에 대한 일변도적 지지에만 집착해 왔던 만큼 한반도와 극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북괴의 호전적 폭력 노선을 포기하도록 그 영향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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