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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캠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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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1면

「파리」대학이 있는 성「미셸」가 근처를「프랑스」사람들은「카르티에·라텡」이라고 한다. 영어로는「라틴·쿼터」. 그것은「파리」대학의 공식 교육용어가「라틴」어이던 시절에 생긴 명칭이다.
「카르리에·라텡」은 실로 대학생들의 낙원이나 다름없다.
「파리」대학의 본부와 문리대를 지칭하는「소르본」대학·「파리」법정대·의과 대학들이 여기 모여 있다. 그뿐 아니라 대학생들의 학교와 여가를 위한 모든 시설도 여기를 중심으로 발달되었다.
도서관은 물론, 서점들이 즐비하다. 한 쪽으로는 세계의 각종 음식들을 볼 수 있는「카페」가 늘어서 있다. 어디를 가나 이 대학가에선 학생들에게 할인을 해준다.
그러나 한가지 이상(?)한 것은「캠퍼스」도, 운동장도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다만 그 구역 안에「뤽상부르」공원이 있는 것이 특색이다. 학생들은 이 공원의「벤치」에서 눕기도 하고 앉아 있기도 하며 책을 읽고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뤽상부르」공원은「파리」중심지에 있는 가장 큰 공원으로「르네상스」식의 우아한 풍경을 갖고 있다. 왕궁의 정원다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마로니에」수목이 이론 봄부터 늦가을까지 하늘을 덮고 있으며. 화원에도 꽃이 언제나 피어 있다.
영국의 명문「옥스퍼드」나「케임브리지」는「런던」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있다. 그 대학이 있는 동네를 아예「옥스퍼드」「케임브리지」라고 부른다. 「옥스퍼드」대학은 성들에 둘러 싸여 있다. 「옥스퍼드·캠퍼스」라면 그 성들을 모두 포함해서 말한다. 성들 사이엔 인가도 있고, 일반 상점도 끼여 있다. 그러나「케임브리지」는 완전히 독립된「캠퍼스」를 따로 갖고 있다.
「하버드」대학이 있는 곳을「하버드·스퀘어」라고 한다. 역시 이 대학도 교문이 없고, 그 안에 들어가면 각 단과대학이 있는「캠퍼스」로 되어 있지도 않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어디가 교문인지 분간을 할 수 없다. 요즘은 경기 탓인지 새로 짓는 건물들은 고층화되어 가고 있다.
어느 대학의 경우나 한가지 특징은『한 울타리에 묶어 놓는』식의 설계가 아닌 점이다. 필경은 그들 나름의 유서를 지키며 서서히 발전을 해 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대학의 부지들은 한결 좁아 보이지만, 그런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른바 대학의 전통이란 그 학풍과 함께 그것을 품고 있는 환경까지도 포함해서 하는 얘기일 것이다. 『이끼 낀 석조건물』이라면 다만 그「이끼」때문이라기 보다는, 그것이 있기까지의 시간과 의미가 함께 있음으로써 빛이 나고 의연해지는 것이다.
서울대학교의 낮선 관악「캠퍼스」를 보며, 마치『초가에「슬레이트」를 얹는『전통』을 보는 것 같다. 스산한 가을날 이사마저 서두른다니, 어딘지 쫓겨다니는 세방살이의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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