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원에 환조작업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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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창경원에 환조작업이 한창이다. 관람객을 위해 그 동안 가두어 왔던 여름새를 풀어주고 겨울새를 잡아들이는 것. 창경원 당국은 지난10일 꾀꼬리 진홍가슴 등 30여 마리의 여름새를 풀어주고 황여새 방울새 소쩍새 콩새 등 겨울새를 채집하기에 바쁘다.
창경원의 조류 수는 10월 현재 총1백1중에 8백45마리, 이중에는「페리컨」·타조·공작 등 값나가고 귀한 새들도 많지만 꾀고리·멋쟁이 등 조그만 몸집의 철새들도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 철새들은 여름 혹은 겨울3∼4개월 동안을 우리나라에서 지내도 철이 지나면 날아가 버려 도시인들을 비롯한 일반사람들은 구경하기 힘든 것들. 창경원은 이 새들을 그때마다 잡아 선을 보이고 철이 지나면 풀어 주어 고향을 찾도록 해 왔다.
이번에 풀린 여름새 중 가장 많은 종류의 새는 큰 유리 새·꾀꼬리·휘파람새·진홍가슴으로 특이한 것은 큰 유리 새와 진홍가슴. 큰 유리 새는 3대 명조(오조·울새·휘파람새)의 하나로 4월말쯤 우리나라에 날아와 여름을 즐기다가 9월말에 고향인 동남「아시아」로 날아간다. 제비같이 생겼으나 몸 전체가 짙은 하늘색의 아주 귀여운 새.
진홍가슴은 가슴에 삼각형의 붉은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으로 지난 5월20일 경기도 고양군 벽제면 개천에서 잡은 것. 참새보다 조금 큰 새로 식성이 까다로운 멋쟁이. 틈만 나면 부리로 깃털과 가슴을 모아 다듬으며 먹이는 계란에다 멸칫가루를 섞은 것만 택한다.
사육 사들의 새 잡는 방법은 거의 신기에 가까울 정도. 잡으려고 하는 새소리를 똑같이 내어 사람 가까이 부른다.
새들은 사육사의 휘파람에 취해 주위를 맴돌다가 그물이나 표충 망에 걸려들고 만다. 표본제작 사 조경식씨(44) 혼자만도 약20여종의 새소리를 정확히 낸다.
조씨에 따르면 사람을 가장 잘 따르고 잡기 쉬운 새는 꾀꼬리라는 것.「비비비우」하고 입술과 혀로 의성을 내면 꾀꼬리는 자기 동료인줄 알고 날아온다.
수놈의 경우「삐삐우 삐삐우」다급한 소리를 내면 금새 날아온다. 이 소리는 암컷이 위급함을 알리는 SOS이기 때문이다.
새의 생태와 습성을 파악, 심리전으로 야생 조를 잡고 있다는 조씨는 지난10년 동안 약 7백 마리를 잡았으며 10월 들어서도 방울새 등 10여 마리를 잡았다는 것. 요즈음도 새벽4시면 집을 나가 남산·태릉·정릉 등 서울근교 산길을 헤맨다. <연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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