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정국에 파문… 「후꾸다 신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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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후꾸다·다께오」 일본 전 장상의 보수 신당 창당론은 자민당과 일본 정국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2일 동경 교외「나리다」시에서 열린 자민당 내 최대 파벌 「후꾸다」파의 연수회에서 「후꾸다」씨는 자민당의 재기를 위한 개혁을 역설하면서 당이 근본적으로 체질개선을 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보수당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후꾸다」씨의 이 발언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사실상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는 자민당의 체질 개선이란 명분을 앞세운 「다나까」내각 타도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민당의 체질 개선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때 대기업과의 지나친 밀착이 야당의 신랄한 비판을 받았을 뿐 아니라 국민의 신망마저 잃게 되자 소장 의원들과 당내 좌파 세력에서 당의 근본적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고질적인 금권 만능의 정치 구조 아래 뾰족한 대안이 없던 차에 「후꾸다」씨가 이런 명분을 업고 나선 것.
72년 7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내 최대 파벌을 거느리면서도 「다나까」현 수상에게 고배를 마신 「후꾸다」씨는 내년 7월로 다가온 총재 선거에 대비한 장기 포석을 겸해 11월에 있을 「다나까」 내각의 개각이 자파의 세력을 약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선제 결속 공작을 편 것 같다.
대장상직을 사임한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다나까」내각의 실정을 공격, 『새로운「후꾸다」의 「이미지」를 심어 온 7순 고령의 「후꾸다」씨는 내년 7월 총재 선거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정권을 잡을 기회가 영원히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보수 신당」이라는 마지막 수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
실제로 보수 신당의 창당 가능성은 희박할 것 같다. 자민당이 분열한다면 원내 다수 세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고 이것은 20여년간 자민당과 함께 번영을 누려 온 대기업이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결국「후꾸다」씨의 신당론은 「다나까」·「후꾸다」간의 당내 주도권 싸움의 한 단면을 드러낸 것이며 이미 비 주류파 「미끼·다께오」전 부총리 등의 호응을 얻고 있어 자민당 내분은 당분간 치열하게 지속될 것 같다. <동경=박동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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