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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의 과로 순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찰관의 순직이 늘어난다, 경찰관의 공상자가 늘어난다, 경찰관의 이직 율이 늘어난다 하는 것은 커다란 문제다. 그러나 최근에 이와 같은 사실이 뒷골목의 쑥덕공론을 벗어나 자주 일반여론에 표면화하고 있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이다.
경찰관의 과중한 업무와 미흡한 보수 등의 문제는 본래 여론이 이를 문제삼기 이전에 해결되어야할 성질의 것이다. 경찰관이 고달프다는 하소연은 어디까지나 관 자체 안에서 행정 기술적인 고려가 베풀어져 예산·인사 정책면에 반영됐어야할 문제이지, 그러한 하소연이 외부로, 이른바『세론으로 도주』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혼란을 더할 뿐이다.
세론은 그같은 하소연을 증폭·확대시킬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선 단 한 사람의 경관도 더욱 증원할 권능도 없을 뿐 아니라, 또 한 푼의 수사 비도 증액할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다.
건전한 사회라면 오히려 경찰조직의 건 재를 당연한 것으로 믿고, 그러한 신뢰 위에 시민생활의 안전을 기대고 있는 것이다. 세론 사회는 이른바 「양민」이 마음놓고 일하고 쉴 수 있는 울타리를 의미하며, 그것은 이를 언제나 씩씩하고 믿음직스러운 경찰이 지켜주고 있다는 신뢰 위에 존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론 사회에 대해 경찰관은 고달프다, 경찰관 노릇은 못해먹을 노릇이다 하는 소리가 자꾸 번져 들어오게 한다는 것은 시민들이 당연한 것으로 믿고 의지하고 있는 기둥이 흔들리는 것 같은, 그리고 자신들이 디디고있는 땅이 갈라지는 듯한 불안을 안겨 주는 것이다.
경찰관 가운데 그처럼 고달프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지나치게 혹사를 당하여 힘없이 쓰러지는 사람이 늘어간다 하면 아무 시름없이 발을 쭉 뻗고 잠잘 수 있는 양민사회의 안전이란 것이 얼마나 불안정한 지반 위에 떠받쳐 있었다는 말인지 오싹해진다.
경찰관의 불만이 그 처리의 정상적인 통로를 찾지 못하고『여론으로 도주』한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극단적 예를 우리 사회는 이미 경험한바 있다. 4·19 직후의 경찰관 가두 데모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러한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불행하게도 이미 여러 차례 여러 각도에서 매스·미디어에 보도되고 있는 바와 같이 오늘의 경찰관은 지나친 격무에 시달리고 있고 그들의 삶은 너무나 고달프다. 그들의 몸이 쇳덩이가 아닌 이상, 철야 근무한 뒤에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다음날까지 계속 일을 .할 수는 없다. 강도는 자동차로 달아나는데, 겨우 택시 1시간의 요금밖에 안 되는 수사 비를 받는 경찰관이 무슨 축지법을 쓴다 한들 만화에 나오는 포도대장처럼 민중의 신뢰를 일신에 모으는 공복이 되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설혹 경찰관이 격무에 쓰러지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겹친 피로에 핏줄이 선 눈으로 일선근무를 한다고 할 때, 그것이 결과할 세태·민심의 양상이 어떠한 것이 될 것인지는 짐작이 갈만하다.
대민 접촉의 최 일선에 있는 경찰관의 육체적·정신적 건강과 그들의 사기는 곧 사회민심의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고달픈 경찰관의 하소연이 이처럼 세상공론에 까지 번져 나오도록 사태를 방관, 방치해 온 당국의 책임을 준엄하게 따지면서 빠른 대책의 강구가 있기를 촉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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