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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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근에 중공의 한 신문이 한비자를 비판했다. 그것은 바로 모택동에 대한 은근한 비판이라 하여 발간된 신문이 모두 폐기되었다는 외신이 있다.
한비자의 글을 읽은 진시황은 『이만큼 훌륭한 위인과 교류할 수만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고 감탄했다고 한다.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한비자의 사상은 꼭 진시황의 구미에 맞았으니 말이다. 공자는 천하에 알려진 성인이다. 그는 덕의를 유설하며 제국을 돌았다. 그러나 그의 제자는 불과 70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처럼 세상에는 인의의 선비는 적은 것이다. 더우기 인을 실천한 사람은 꼭 한 명뿐이었다. 한편 공자가 섬긴 노의 애공은 매우 범용한 군주였지만 온 나라 안이 그의 신하가 되었다.
『백성이란 원래가 권세에 약한 것이다. 곧 권세만 있으면 덕이 없어도 백성을 복종시킬 수가 있다. 그러기에 공자가 오히려 신이 되고 애공이 군주가 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선비님들은 군주란 모름지기 인의 정치를 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군주더러 권력을 버리고 공자가 되기를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꼭 진시황이 좋아할 만한 귀절이다. 8백년이나 앞서 나타난 이 중국의 「마캬벨리」는 철저한 성악설에 입각하고 있었다.
『온정주의는 물과 같은 것으로 세상에 물에 빠지는 사람은 많은 한편 엄벌주의는 불과 같은 것으로 불에 타죽는 사람은 적다.』
이렇게 말한 그에게는 전혀 인정사정이 없는 듯이 보인다. 그것은 사람은 모두 이기적이며 정의보다도 자기의 이해타산을 위해 움직인다고 보는 철학 때문이었다.
또한 『덕이 정녕 절대적인 것이라면 공자가 자기보다 훨씬 못한 애공에게 굽실거릴 까닭이 없다』는 도덕부정론을 편 것도 그였다. 그러나 한비자의 사상에는 우리가 이를 완전히 부정해버릴 수 없는 진실이 들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진실이 때로는 너무나 추악하고 무섭기에 멀리 해왔을 뿐일지도 모른다.
인간이란 한비자가 본 것처럼 본시 악당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악당에게서 인을 바란다는 것은 여간 어리석은 일이 아닐 것이다.
위정자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선을 기대하기보다는 애초부터 덕 없이도 잘 다스려지는 정치기구를 만드는 게 한결 안전하다고 한비자는 보았다.
결국 그는 옥사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사상도 이단시되어 끝내 햇볕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사상은 진시황을 비롯하여 모택동에 이르기까지 정치의 현실 속에서는 공자의 사상 이상으로 활용되어 왔다.
정치의 이상과 실제와는 엄청나게 다른 때문인지 그런 한비자도 요새는 재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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